속도 올라간다는 느낌도 없이 쌩쌩… 오래가는 배터리에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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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SUV ‘니로 EV’ 시승기

기아자동차의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니로 EV’(사진)는 대중적 전기차의 필수 요건을 고루 갖추고 있다.

우선 니로 EV는 완전히 충전했을 때 385㎞(64kwh 모델)를 달릴 수 있다. 주행거리가 짧다는 전기차의 최대 약점을 어느 정도 극복했다. 시승회에 참석해 경기 파주의 한 카페에서 서울 종로구 부암동까지 50㎞ 구간을 운전해본 결과, 이 수치는 과장이 아니었다. 급가속 및 고속주행을 자주 했음에도 5.9㎞／kwh의 전비(전기차 연비)를 나타냈다. 1kwh 전력으로 5.9㎞를 달렸다는 뜻이다. 다소 험하게 몰더라도 배터리 용량인 64kwh를 모두 사용하면 377.6㎞를 달릴 수 있다는 얘기다.

니로 EV는 전기차 특유의 강력한 힘으로 시원한 가속력도 뽐냈다. 전기차는 1단, 2단 식으로 단수를 바꿀 필요가 없기에 속도가 올라간다는 느낌도 없이 어느새 고속에 도달해 있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고속에서도 훨씬 조용했다. 배터리가 차체 바닥에 위치해 무게중심이 낮은 덕분인지, 감속 없이 코너를 돌아도 안정적이었다.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에 적용되는 회생제동 시스템을 더 발전시켜 사실상 브레이크를 대체할 수 있게 만든 것도 특징적이었다. 회생제동 시스템은 감속할 때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술인데, 운전대에 달린 패들시프트로 작동한다. 왼쪽 패들시프트를 당기는 횟수에 따라 회생제동 수준이 1단, 2단 식으로 달라진다. 급정거가 필요할 때가 아니라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패들시프트를 쭉 당기고 있는 것만으로 차를 완전히 세울 수 있었다.

EV 버튼을 눌러 ‘에코 드라이빙’ 모드를 켠 뒤, ‘환경 기여도’ 항목에 들어가면 ‘이산화탄소 감축량’이 측정돼 나온다. 가솔린 자동차를 몰았을 때보다 1㎞를 주행할 때마다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적게 배출했는지 보여준다.

그밖에도 에너지 효율을 중시하는 기능들이 깨알같이 담겨 있다. ‘Driver Only(드라이버 온리)’ 기능을 해제하지 않고 에어컨을 틀면 운전석 쪽에만 바람이 나왔다. 혼자 운전할 때 동승석, 뒷좌석까지 찬 바람을 보내느라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 햇빛가리개에 달린 거울을 볼 때 자동으로 조명이 켜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니로 EV는 별도 스위치를 눌러야만 불이 켜진다.

니로 EV에는 현대·기아차의 고급 차종에나 적용되던 고속도로주행보조(HDA) 기능도 탑재됐다. 뒷좌석 공간이 넉넉해 가족용 차로 충분하다는 것도 니로 EV의 장점이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