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TV세상>‘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만 통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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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채널 tvN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 편이 한때 시청률 5%(유료플랫폼 기준)까지 돌파하며 동시간대 1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 요리단이 외국에서 식당차 노점을 하며 현지인들의 반응을 살피는 내용이다. 외국 휴양지에서 식당을 여는 tvN ‘윤식당’이 대박을 치자 비슷한 내용으로 기획됐다고 할 수 있다. ‘윤식당’은 불고기, 잡채 등 우리 음식을 소개했는데, ‘현지에서 먹힐까’는 외국 음식을 판다는 게 차이점이다.

출발은 태국 편이었다. 이태원 요식업계 터줏대감으로 알려진 홍석천이 연예인들과 함께 태국으로 가 태국 음식을 팔았다. ‘한국인이 만든 태국 요리를 태국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까?’가 포인트다. 하지만 별로 화제를 모으지 못했다. ‘윤식당’의 엄청난 성공에 비해 초라하게 퇴장했다.

그다음 나온 것이 중국 편이다. 이번엔 유명 중국음식 요리사 이연복과 연예인들이 중국으로 가 한국식 중국요리를 판다는 설정이다. 바로 이 중국 편이 조용했던 태국 편과는 달리 한국에서 터진 것이다. 왜 우리 시청자들은 같은 시리즈인데도 불구하고 중국 편에 유독 큰 관심을 보인 것일까?

‘윤식당’에 이어 ‘국뽕’이 작동했다. ‘윤식당’은 외국인들이 한국 음식에 ‘엄지척’을 드는 모습이 우리 자부심을 채워주는 ‘꿀잼’이었는데, 태국 편은 태국 음식을 팔았기 때문에 우리와 상관이 없었다. 외국인들이 한국 음식에 대해 한마디 한마디 하는 게 다 호기심의 대상이었지만, 태국인들이 태국 음식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남의 일일 뿐이었다. 중국 편은 중국음식을 판다고는 했지만 사실상 우리 요리였다. 중국에는 없는 한국식 짜장면, 탕수육 등을 팔았기 때문이다. 한국식 중국요리에 본고장의 중국인들이 ‘하오츠’를 연발하며 ‘엄지척’을 드는 모습이 시청자를 뿌듯하게 했다. 결국 ‘윤식당’과 비슷한 구도가 된 것이다.

한국식 중국요리와 진짜 중국요리의 차이점에 대해서 많은 사람이 궁금해했는데 그런 호기심도 프로그램 관심도를 높였다. 우리 중국요리는 한국에서 사실상 국민 외식 메뉴가 됐을 정도로 우리 음식이나 다름이 없기에, 우리와 상관없는 태국 음식 비평과는 달리 한국 중국요리에 대한 외국인의 언급 하나하나가 관심사가 됐다. 한국식 중국요리 감상평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문화 전반에 대한 언급까지 나왔는데 이런 것도 우리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다.

보통 예능에서 라면 먹방이 나오면 시청률이 치솟는다. 라면은 누구나 좋아하는 자극적인 음식이자, 모두가 그 맛을 상상하면서 대리만족할 수 있는 ‘아는 맛’이기 때문이다. 짜장면도 거의 라면과 위상이 비슷하다. 프로그램은 바로 그런 대표적인 국민 ‘아는 맛’인 짜장면의 먹방을 선보였다. 이점도 중국 편의 성공요인이다. 반면에 태국음식은 너무나 낯선 ‘모르는 맛’이었다.

프로그램 속에선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합석해 대화하는 모습이 나왔는데, 마치 우리 과거 시골마을을 떠올리게 하는 현지의 이러한 정취가 시청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윤식당’도 휴양지 풍경으로 각박한 세파에 시달리는 시청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줬다. 이렇게 봤을 때,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 편은 독자적인 성격을 내세운 태국 편과는 달리 사실상 ‘윤식당’ 후속편 같은 느낌으로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다.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