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적반하장 “롯데마트, 경쟁 밀려 철수…사드 탓 아냐”

언론서 “실적부진 자초” 강변
관변학자도 “中시장 적응 실패
지금 떠나는 건 현명하지 못해”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로 결국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롯데마트에 대해 중국 언론이 “사드 등 정치 환경 탓이 아니라 중국 내 영업을 잘못해 경쟁에서 밀려난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드 보복에 따른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등의 여파로 문 닫게 된 롯데마트의 철수가 중국 정부 탓이 아니라 자초한 것이라는 ‘적반하장’ 식 평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의 자매지 환추스바오(環球時報)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16일 ‘롯데마트가 저조한 영업실적으로 인해 중국 시장에서 곧 퇴출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제목의 경제 분석 기사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정치 및 경제 분석가 2명의 발언을 인용해 롯데마트 철수는 사드 문제가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결국 롯데마트의 부진한 영업 실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관변학자로 널리 알려진 뤼차오(呂超) 랴오닝(遼寧)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롯데마트가 사드 문제에 따른 소비자 불매운동 등으로 영업실적 악화를 겪은 것은 맞는다”면서도 “하지만 롯데마트가 철수한 것은 한·중 관계 악화 탓이 아니라 자체적인 영업실적 하락과 중국 내 치열한 유통업 경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한·중 관계가 개선되고 있어 한국기업이 중국에 투자할 호기”라며 “롯데마트가 지금 시점에서 떠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중국이 제안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로 인해 광대한 시장에 투자 기회가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마트의 철수가 사드 탓이 아니라 중국시장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탓이라는 논리를 강변하고 있는 셈이다.

유통 전문 중국 웹사이트 링슈케닷CN 창업자 천웨펑도 “한국 유통기업의 중국 비즈니스가 그동안 별로 좋지 않았고, 경쟁사와의 차별화에도 실패했다”며 “이 때문에 한·중 관계 등 비즈니스 외적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럼에도 특히 화장품 등 일부 한국 기업은 지난 몇 년간 중국에서 양호하게 사업을 해왔다며 “정치적 난관에도 양호한 한국 비즈니스 모델은 중국에서 여전히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중국 내 한 전문가는 이에 대해 “중국의 빠른 온라인 시장 전환과 인건비 상승 등 제반 여건이 롯데마트에 좋지 않았던 것은 맞지만 사드 직격탄을 맞아 큰 어려움을 겪은 상황에서 중국 언론의 이 같은 주장은 본말을 전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타임스는 차이나비즈니스뉴스를 인용해 롯데마트가 연말까지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차이나비즈니스뉴스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롯데마트가 중국 내 매장 가운데 93개를 현지 슈퍼마켓 체인 우마트와 리췬 커머셜 그룹에 매각했다고 전했다.

반면 처분에 실패한 충칭(重慶)과 청두(成都) 등에 있는 다른 12개 점포는 연말까지 폐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이나비즈니스뉴스는 롯데마트가 2004년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한 후 11년 만에 점포를 112개 개설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