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先합의-後설명’ 반복…‘南北과속’에 美 불만 폭발

- ‘외교부 내부문건’ 확인 파장

남북군사합의서 채택 관련
美서 ‘설명 부족’ 문제 제기
‘폼페이오 격노’도 간접 확인

정부 “韓·美 소통” 했다지만
‘엇박자’ 지속 공조균열 우려
美불만 쉽게 해소 어려울 듯

지난 8일 작성된 외교부의 ‘대미 협의 방향’ 내부 문건에는 미국이 우리 정부에 대북 정책 ‘공조 부족’을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할 만큼, 양국 간 엇박자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정부는 이달 들어 남북 군사합의서와 남북 경협 추진 상황 등을 미국에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 북한과 합의한 뒤 나중에 미국의 양해를 구하는 식의 ‘대미 협의’ 방식이 계속되면서 미국의 불만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내부 문건에 따르면 정부는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미국을 상대로 남북 군사합의서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남북 교류를 추진할 때 국방 분야 각급 협의를 넘어 한·미 공동의 인식하에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반응했다. 한·미 간 ‘공조 부족’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문건에는 남북 군사합의서 발표 전후로 ‘공조 부족’에 대한 미 국무부의 “불만 표출”이 있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정감사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강 장관과의 통화에서 남북 군사합의서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느냐’는 질의에 “맞다”고 답했는데, 이게 사실로 판명된 셈이다. 당시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남북군사회담 등 군사 분야 합의서 체결을 위한 모든 과정에서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해 왔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 문건은 최근 들어 “한·미 간 소통이 원활해졌다”는 자체 평가도 담고 있다. 하지만 미국 측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 일각에서는 미 국방부가 남북 군사 부문 합의와 상관없이 주한미군의 대북감시 태세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15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유엔사가 불허 결정을 내렸던 남북 철도·도로 사업을 위한 공동조사를 10월 말 재추진하기로 하면서 ‘남북관계가 너무 앞서간다’는 미국 측 의구심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남북 군사합의 실무작업을 주도했던 최종건(사진) 청와대 평화군비통제비서관이 지난 14일부터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것도 미국의 이 같은 부정적 입장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