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에 산화한 6·25 영웅’ 68년 만에 칠순 아들 품에 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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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번째 호국 영웅’ 故 박태홍 일병 유해 오늘 귀환행사

입대 두달 만에 영천전투서 전사
2009년 발굴 확인에 10년 걸려
30년 軍복무 아들 “국가에 감사”

“저 역시 30년 가까이 군복을 입고 부사관으로 군 복무를 했습니다. 어린 시절 일찍 돌아가신 선친이 원망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 더없이 아버지가 자랑스럽습니다.”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 68년 만인 16일 가족 품에 안기게 된 고 박태홍(사진) 일병의 장남 박영식(71) 예비역 원사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최초로 북한군을 패퇴시킨 영천지구 전투의 영웅인 아버지를 잊지 않고 찾아준 국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 예비역 원사는 “유가족 DNA 시료 채취에 조금만 더 일찍 참여했다면 10년은 일찍 아버지를 찾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든다”고 소회를 밝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이 이날 경기 양주에서 개최한 130번째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를 통해 가족 품에 돌아오게 된 고 박 일병은 국군 7사단 8연대 소속으로, 영천전투 기간 중인 1950년 9월 10∼13일 영천지구 반격전에서 활약했다. 전북 부안군에서 4남 3녀 중 둘째로 태어난 박 일병은 참전 당시 슬하에 3살 된 아들을 뒀고, 아내는 둘째 아들을 임신한 상태였다. 박 일병은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21살 나이에 입대했다.

국유단 관계자는 “1950년 낙동강 방어선이 붕괴될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국군은 박 일병이 소속된 7사단을 비롯한 추가 병력을 투입, 3일간의 치열한 반격전 끝에 영천 지역을 탈환했다”며 “영천지구 반격전은 낙동강 전선에서 북한군의 돌파구 확대를 저지하고 최초로 북한군을 패퇴시킨 전투로, 이후 국군은 인천상륙작전 등 반격작전을 펼칠 수 있는 일대 전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국유단은 “영천전투에서 80여 명의 국군 전사자가 발생했고 박 일병도 이때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박 일병 유해는 2009년 4월 경북 포항시 죽장면 무명 504고지에서 전투화 등 유품과 함께 발굴됐지만 안타깝게도 박 일병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까지 또다시 10여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장남인 박 원사가 2017년 10월 의정부시 보건소에서 유가족 DNA 시료 채취에 뒤늦게 참여했기 때문. 이학기 국유단장은 “내년 4월 남북 공동유해발굴 사업을 앞두고 내년 2월까지 예비역 유해발굴 유경험자 등 86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라며 “현재 인원(85명)의 2배인 대규모 비무장지대(DMZ) 유해발굴 전담팀을 구성해 산야에 잠들어 있는 12만3000여 분의 국군 전사자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