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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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문화부 부장

10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현장에서 가장 절실하게 다가온 것은 ‘변화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었다. 매체 환경의 변화로 전 세계적으로 독서율이 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 흐름을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다. 어떻게 독자들로 하여금 다시 책을 펴게 할 것인지, 어떻게 출판을 새로운 유망 산업으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모색이었다. 110개국, 7500여 업체가 참가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여러 면에서 이에 대한 통찰을 던져줬다. 그중에서 ‘오디오북의 인기’와 ‘경계를 깬 추천 리스트’가 눈에 들어왔다.

오디오북은 올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주인공이라 할 만큼 주목받았다. 전시장과 콘퍼런스 현장에서 미국과 유럽 오디오북 시장의 성취와 기대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콘퍼런스에서 찰리 레드메인 영국 하퍼 콜린스 대표는 영국 시장에서 종이책 판매는 급락한 반면 오디오북 판매는 소폭 증가했다며 ‘책은 이제 읽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디오북이 종이책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독자를 만들고 있다며 책과 음악 시장은 다르지만, 책도 결국 스트리밍 중심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웨덴의 최대 오디오북 회사의 한 관계자도 북유럽을 필두로 미국, 유럽에서 오디오북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인도 등에서 거대한 시장이 열리고 있다며 오디오북에 관련된 새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국에서는 몇몇 오디오북 플랫폼이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 대중적 인지도가 낮다. 한국인의 일상이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서구와 다르고, 서구식 오랜 낭독 전통이 없어 오디오북에 대해 부정적 판단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종이책이 사라지진 않더라도 한계에 왔다는 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새로운 책 모델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다.

도서전에 맞춰 유력지 ‘디벨트’가 발표한 ‘영어로 번역된 독일 문학 100권’ 리스트도 우리를 돌아보게 했다. 이는 왜 독일 문학이 미국 등 영어권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느냐에 대한 반성으로 만들어졌다. 각 권에 대한 소개 영상도 제작됐다. 여기에는 놀랍게도 독일의 자랑인 괴테 작품이 들어가 있지 않다. 리스트의 목적이 지금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책을 선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디벨트는 본격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를 허물고 대중 문학, 범죄 소설, 판타지 등을 모두 포함시켰다고 했다. 이 시도는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이야기하면서도 여전히 일정한 등단 제도를 통과해 몇몇 출판사에서 책을 내야 주요 작가가 되고, 그래야 각종 출간·번역 지원을 받는 우리에게 독자를 위해 낡은 그들만의 ‘경계를 깨라’고 충고하고 있다.

갈수록 책을 안 읽는 시대를 걱정해, 올해 ‘책의 해’를 제정하는 비상책을 썼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책은 중요하고, 마음의 양식이니 읽어야 한다고 말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출판계에서, 문학계 내부에서부터 변화를 만들어 독자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경계를 깨고, 새로운 가능성을 끊임없이 시도하며 진짜 읽고 싶게 만들 때, 독자들은 책을 펼 것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ch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