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s Story >30세에 대표팀 주전 ‘히딩크의 신데렐라’…“늦게나마 다 불태워서 행복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진철(왼쪽)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장이 2002 한일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자료사진

2002 韓日월드컵의 추억

2002 한일월드컵으로 최진철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장의 ‘축구인생’은 바뀌었다. 한일월드컵으로 스타덤에 올랐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 김태영 수원 삼성 코치와 함께 한국축구 사상 가장 견고한 수비라인을 형성했다.

최 위원장은 그러나 한일월드컵 출전을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최 위원장의 국가대표 데뷔는 무척 늦었다. 최 위원장은 1993년 12월 대표팀에 처음 발탁됐지만 4년 뒤에야 A매치에 데뷔했다. 1997년 7월 브라질과의 평가전이 첫 A매치였다. 당시 그의 나이는 26세였다. 최 위원장은 “1993년부터 대표팀 멤버였지만 출장 기회를 얻지 못했다”면서 “물론 실력이 없었기 때문이었지만, 당시엔 서운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브라질과의 평가전에 투입되면서 ‘소원’을 이뤘지만 그 뒤 4년이 넘도록 A매치 출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2001년 9월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거스 히딩크 당시 대표팀 감독은 최 위원장을 ‘호출’했다. 지명도, 출신 학교를 가리지 않고 능력 본위로 대표팀을 선발하는 히딩크 감독은 K리그에서 최 위원장을 눈여겨본 뒤 테스트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또’라고 생각했고, 대표팀 합류를 꺼렸다. 대표팀에서 8년 가까이 벤치만 지켰기 때문. 최 위원장은 “K리그 원정 경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히딩크 감독이 소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당시 전북의 조윤환 감독께서 톨게이트에서 내려 (서울로) 올라가라고 지시하셨는데, ‘어차피 뛰지도 못할 거 안 가겠다’고 말했다가 꾸중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그땐 정말 대표팀에 가는 게 싫었고 지옥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여겨졌다”면서 “당시엔 의욕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을 시작으로 질주를 거듭했다. 히딩크 감독은 묵직한 최 위원장을 신뢰했고, 최 위원장은 어느새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히딩크의 신데렐라’로 불렸을 정도. 최 위원장은 “선입견이 없는 히딩크 감독께선 선의의 경쟁을 유도했기에 정말 열심히 뛰었다”면서 “국가대표로 계속 출전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187㎝)은 히딩크 감독의 기대에 부응해 홍 전무(181㎝), 김 코치(180㎝)와 철벽 수비를 형성했다. 최 위원장은 특히 한일월드컵 독일과의 4강전에서 월드컵 통산 최다득점(16골)을 자랑하는 미로슬라프 클로제를 꽁꽁 묶었다. 대표팀은 독일에 0-1로 패했는데, 최 위원장이 부상으로 교체된 뒤 실점했다.

최 위원장은 한일월드컵, 2006 독일월드컵을 거치는 등 A매치 65경기에 출전한 뒤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센추리 클럽에 가입한 홍 전무(136경기), 김 코치(105경기)에 비하면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뒤늦게나마 불꽃을 활활 태웠기에 후련하고, 대표팀 경력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최 위원장은 “좀 더 일찍부터 대표팀 주전이 됐더라면 좋았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전혀 아쉬움이 없다”면서 “30세가 돼서야 대표팀 주전이 됐지만 한일월드컵이라는 좋은 추억을 가슴속에 남겼기에 무척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