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파문>한국당 “폭력주도 2명은 관련 경력없이 특채된 정치권 인사”

- 유민봉, 교통공사 자료 폭로

“공채와 동등대우 요구하며
정규직원 승급시험도 방해”
감사·국정조사 등 불가피

자유한국당이 17일 서울교통공사 노조원의 폭력 행사 사건과 관련, 민주노총과 통합진보당 활동을 했던 외부 인사가 석연치 않은 채용 과정을 거쳐 기획 입사해 폭력을 주도한 정황이 있다고 폭로함에 따라 이번 사건이 공기업 노조의 고용 세습 논란을 넘어 제3자 개입 논란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향후 서울교통공사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나 국회의 국정조사 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공기관에 대한 전면 실태 조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유민봉(한국당) 의원이 입수한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교통공사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불법 텐트 농성을 주도한 인사 가운데 임모, 정모 씨 등 일부는 2016년 하반기 특별채용과 비슷한 형태로 공사에 입사한 뒤 곧바로 민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 노조에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교통공사에는 한국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도 활동하고 있으나, 세력 면에서 민주노총 계열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국당은 임·정 씨가 지난해 11월 정규직 전환 노사 협의를 앞두고 불법 텐트 농성을 주도한 데 이어 12월 31일 노사 협의장에서 벌어진 폭력 행위에도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암암리에 이뤄진 세습 채용이 밝혀지는 계기였던 올해 3월 가족관계 전수조사 방해 과정에도 이들이 관여했다고 한국당은 주장하고 있다. 이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한국청년연대, 통진당 등에서 활동했으며 2014년 6·4 지방선거 때 통진당 후보로 출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국당은 밝혔다. 이들은 2016년 ‘면접 채용’ 방식을 통해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했으나, 두 사람 모두 입사 전 동종 경력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 씨는 정보처리산업기사 자격증은 갖고 있었으나 직무 관련 자격증은 없었다. 정 씨는 직무와 연관된 전자기기기능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기능사는 기사보다 낮은 단계로 입사에 필요한 충분한 조건이 못된다는 게 한국당의 주장이다.

한국당이 입수한 공사 내부 인터뷰 자료에 따르면 임·정 씨를 포함한 민주노총 계열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정식 채용 절차를 거친 공채 직원들과 동등한 대우를 요구하며 7급보 직원들의 7급 승급 시험도 조직적으로 방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직원은 인터뷰에서 “이들은 승급 시험을 치러 온 7급보 직원들의 시험장 진입을 막기도 했다”며 “면접 등 간단한 절차만 거친 무기계약직 직원들을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공채 직원들과 같은 대우를 하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가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자격시험은 봐야 한다’고 하자 민주노총은 ‘탈락자가 생기는 것을 전제로 하는 시험은 동의할 수 없다’고 하며 시험을 방해하고 시험 거부를 선동했다”며 “100% 합격하는 시험이 민주노총에는 가능한가 보다”고 비판했다.

한편 한국당이 이날 공개한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에는 노조만 연루된 것이 아니었다.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을 총괄하는 기획처장을 지낸 김모 인사처장은 정규직 전환 대상이었던 자신의 부인을 가족관계 전수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김 사무총장은 “김 처장이 (자신의 부인이 포함된 정규직 전환) 명령을 내렸는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전환 과정을 총괄한 사람이 자신의 부인을 전수조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참으로 기가 막히고 가증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서울시의 감독하에 있는 공사에서 암암리에 행해진 세습 고용, 그 과정에서 노조의 폭력 행위와 이를 둘러싼 기획 입사 정황 의혹까지 드러나며 정부나 정치권 차원으로 논란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감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의 고용 세습 실태에 대해 국민이 실상을 소상히 알 수 있도록 국정조사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모든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천인공노할 불법 채용비리에 대해 전수조사할 것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했다.

민병기·김윤희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