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남북관계 개선에 우선순위 둬”… 美우려 표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17일 오전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 전망과 한미동맹진단’이란 주제의 전문가 좌담회에서 타임지에 표지로 등장한 방탄소년단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해리스 ‘韓·美 일치’ 강조

절제된 외교적 수사 안 쓰고
美행정부 불만 그대로 전달

웨인 에어 유엔사 부사령관
“오해·오판 발생하지 않도록”
철도·도로 과속 지적한 듯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17일 “남북관계는 비핵화와 연계되고 한·미의 목소리가 일치해야만 한다”고 밝힌 것은 최근 남측 주도의 남북 관계 개선 움직임에 대해 ‘동맹이 우선’이라는 미 측의 우려를 강하게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재국 외교관은 통상 본국 행정부의 훈령을 받아 공개 발언할 뿐 아니라 극도로 절제된 외교적 수사를 쓰는 위치임을 감안할 때 해리스 대사의 이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독주’에 대한 본국인 미 행정부의 우려와 불만을 표한 것으로 분석된다.

웨인 에어 유엔사 부사령관이 이날 좌담회에서 “(남북관계에) 중요한 사건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오해·오판이 발생하지 않도록 긴장 완화에 중점을 두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 것 역시 정부가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위해 속도를 높이는 현실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해리스 대사는 이날 아산정책연구원에서 ‘한·미 동맹’을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서 “한·미가 북한 문제에 공동의 목소리로 접근해 나간다면 평양 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미·북 싱가포르 선언을 현실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대북 인식을 진단한 뒤 “남북관계는 비핵화와 연결되고 미국과 목소리가 일치되어야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미 동맹이 긴밀할 때만이 북핵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는 의미로, 최근 남북관계가 미·북 관계와 북한의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다.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한국 정부에 사전 설명이 없었다는 점에 불만을 표시한 정황이 포착된 가운데, 미국대사가 한·미 간 충분한 공조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는 의미도 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종전선언을 둘러싼 한·미 간, 유엔사와 한국 간 이견도 상당하다는 점도 간접적으로 드러났다. 에어 부사령관은 “유엔사는 걸림돌이 아닌 조력자로서 (한국 등과) 협력 중”이라고도 강조했다. 에어 부사령관의 발언은 북한이 지속해서 종전선언을 요구하고, 문 대통령 역시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상황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으로 들린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