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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美國에서 본 한반도 게재 일자 : 2018년 10월 17일(水)
‘난치성 질환’ 北核의 올바른 치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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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욱 스탠퍼드大 교수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

不治病에서 벗어난 것은 다행
頂上외교로 症狀만 잠시 호전
한·미 공조로 核바이러스 퇴치


1991년 11월 7일, LA 레이커스의 유명한 농구선수였던 매직 존슨이 갑작스레 은퇴를 발표했다. 13시즌을 뛰는 동안 3번의 MVP, 12번의 올스타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며 최고의 기량을 구가하던 선수였기에 그의 은퇴 소식에 농구 팬들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더구나 본인 스스로 그 이유를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을 발병케 하는 HIV 양성반응 때문이라고 밝혀 농구팬들을 넘어서 미국사회에 미친 충격과 파장은 엄청났다. 당시로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질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는 에이즈의 위험성을 전파하는 전도사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21세기의 흑사병으로 불리던 에이즈는 관리만 잘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난치성 만성질환이 되었다.

20여 년 전의 기억이 떠오른 것은 통제 불가능한 위협으로만 느껴졌던 북핵 문제가 이젠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한 수준으로 가고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과 함께 이러다 완전한 비핵화는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실험한 데 이어 9월에 6차 실험을 통해 핵 능력을 과시하고 미국은 대북 군사 공격까지 고려했던 상황을 생각하면 1년 남짓한 시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남·북·미가 중심이 되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물론 북한이 당장 완전한 비핵화를 실행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비핵화를 언급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최우선 외교 안보 사안으로 다루면서 둘 사이에 동상이몽은 존재할망정 발을 빼기에는 너무 깊숙이 들어와 있다. 누구든 먼저 판을 깨기에는 부담이 너무 커져서 전과 같은 긴장 관계로 돌아서긴 어려울 것이다. 김정은은 적절히 속도를 조절하면서 단계적으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일부 해제하는 수순으로 갈 것이고, 트럼프는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면서 ‘적과의 동침’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불치병이던 북핵 문제가 만성 난치병으로 전환되는 것은 다행스럽지만, 그만큼 착시 현상에 빠지지 말고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김정은 주도의 ‘정상 외교’라는 깜짝 치료법으로 인해 핵 위협 증상이 잠시 나아지는 듯 보일 뿐 근본적인 치료제가 나온 것은 아니다. 현재 에이즈 치료법이 HIV의 제거가 아니라 활동을 중지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듯이 북한도 지난 1년간 새로운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은 것은 고무적이지만, 핵·미사일 제거는커녕 그 리스트도 내놓지 않아 아직 전체적인 윤곽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핵 치료제는 정상 간의 톱다운 방식이라는 차이를 제외하면 그 내용 면에서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된 9·19 공동성명에도 못 미친다. 만성질환의 경우 기존 치료법에 내성이 생기면 치료가 더욱 어려워지듯이 북핵 문제도 점차 내성이 생기고 있다는 우려가 미국을 비롯해 국제사회에 커지고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처음에는 뭔가 담판을 지을 것처럼 장담했지만 이젠 장기전으로 들어서고 있는 것을 봐도 그렇다. 전에는 에이즈를 불치병이라고 생각해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다 타이밍을 놓쳐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북핵 문제도 비슷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북핵도 단기적으로는 만성 난치병으로 관리하면서 장기적으로 완치법을 찾아야 한다. 비핵화의 페니실린을 발견해 흑사병처럼 단번에 해결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지금으로썬 기대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에이즈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북핵 문제를 인식하고 꼼꼼하게 관리하면서 호흡을 길게 하고 비핵화 해법을 찾아가야 한다. 증상이 일시적으로 좀 나아졌다고 해서 안도하거나 치료를 방치하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수 있듯이, 핵 바이러스가 아직도 살아 있는데 섣부르게 대북 군사억제력을 약화시키거나 비핵화의 목표치를 낮춰서는 안 된다.

특히 이제 겨우 북핵 관리의 첫발을 디딘 상황에서 성급하게 남북경협의 가속 페달을 밟거나 한국군의 대북 정보감시와 정밀타격 능력 등을 약화시킬 수 있는 조치들을 실행하기보다는 철저히 비핵화 속도에 동조화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만성질환의 치료에 있어 약물 부작용이나 경제적 부담, 약물 복용의 지겨움 등을 극복해야 하듯이 북핵 문제도 남남갈등이나 한·미 동맹의 약화와 같은 부작용이나 남북경협에 따른 경제적 부담, 그리고 지루한 협상과 반복되는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을 잘 견뎌내는 인내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2030년경에는 에이즈 완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한다. 북한의 비핵화도 그 전에는 이뤄지기를 바라면서 그때까지 긴장을 풀지 말고 난치성 만성질환으로 관리하며 완치제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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