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향 잘못 잡은 文정권 가짜뉴스 대책과 ‘표현의 자유’

민주·진보 정권임을 자임하는 현 집권 세력의 ‘표현의 자유’와 언론관(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일들이 연달아 벌어지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가능케 하는 필수적 기본권이며, 대표적인 것이 언론·출판의 자유다. 그런데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6일 지시한 가짜뉴스 대책은 실효성이 의심되는 것은 물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언론인 출신이기도 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유튜브 등 온라인 가짜뉴스를 엄정처벌하라고 한 데 따른 조치로 보여 더 안타깝다.

박 장관은 16일 “허위조작정보 배후에 숨은 제작·유포 주도자들까지 추적 규명하고, 고소·고발 전이라도 수사에 적극 착수하라”며 강력한 대책을 검찰에 지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가짜뉴스특위’를 만들어 활동에 들어갔고, 박광온 최고위원은 ‘가짜정보 방지법’을 이미 발의했다. 가짜뉴스의 폐해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방향을 잘못 잡았다. 법무부는 정보의 허위성을 기준으로 내세우지만, 그 판단 기준이 매우 자의적이다. 가짜뉴스를 ‘의도적으로 객관적 사실관계를 조작한 사실’로 규정했는데 객관적 사실 여부를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인터넷 사랑방’ 같은 SNS 대화까지 다 뒤져 처벌하겠다는 것인가. 가짜뉴스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은 이미 충분히 갖춰져 있다.

가짜뉴스로 따지면 광우병·천안함·세월호·사드 괴담이 대표적이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출마를 좌절시키는 데도 엉터리 동영상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현 여권은 이런 것들에 대해선 사실상 감싸고 증폭시켰다. 이러니 정치적 의도까지 의심받는다. 여당 가짜뉴스특위가 16일 구글코리아를 방문해 삭제를 요청한 목록을 보면 대부분 문 대통령 국정 운영과 관련된 것이다. 독일의 경우 가짜뉴스 관련법은 ‘혐오표현 금지법’으로 제한적이다. 탈북민 출신 기자 취재를 불허한 통일부 행태와 맞물려, 여권이 과연 표현의 자유와 언론 자유를 입에 담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율 정화(淨化) 시스템 강화를 지원하는 쪽으로 수정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