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으로 확전 피한 美, 향후 압박카드로 남겨”

美, 中 관찰대상국 유지
“6개월간 모니터링할 것” 밝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결정해 현재 관세부과-맞부과로 진행되는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격화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환율 투명성과 위안화 약세에 대해 특별한 우려를 표명해 무역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향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남겨놓고 있는 상태다.

17일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2018년 하반기 환율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환율조작국이 아닌 관찰대상국에 한국, 일본, 독일, 인도, 스위스 등과 함께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을 공개적으로 압박했지만 핵심 요건인 위안화 환율 조작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했다는 평가다. 1988년 도입된 종합무역법을 적용하면 환율조작국 지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환율 조작 근거가 없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보고서는 “최근 6개월간 역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10%가량 하락했지만 중국 런민(人民)은행의 외환시장 직접 개입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의심은 가지만 책임을 물을 직접적인 개입을 발견하지는 못했다는 취지다.

미국의 이번 결정에는 오는 11월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등 향후 무역협상 재개에 대비해 중국에 대한 압박카드를 남겨두기 위한 전략적 판단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환율전쟁의 무차별 확전 상황을 피하면서도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통해 무역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중국이 미국 국채 대량 매각 등 반격카드를 뽑아들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위안화 환율이 투명하지 않다”며 “통화 관행을 6개월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앞으로 환율조작국 지정의 불씨는 꺼트리지 않으면서 중국에 대한 압박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회담이 별 성과 없이 끝나고 미·중 무역전쟁이 내년까지 장기화할 경우 내년 4월 환율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