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대학 폭발·총격 용의자는 ‘외톨이 학생’

20명 목숨 잃고 50여명 부상
10代 범행뒤 자살… 동기 미궁
수사委 “테러 아닌 연속살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병합한 크림반도 동부의 항구도시 케르치의 한 기술대학에서 17일 발생한 총격·폭발 사건은 이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의 범행으로 잠정 파악됐다.

현재까지 20명이 목숨을 잃고 50여 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에 대한 불만세력의 테러보다는 개인적 범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사건 용의자가 이 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18세 학생 블라디슬라프 로슬랴코프로 파악됐다”며 “그는 자살했으며 총상을 입은 그의 시신이 학교 시설 가운데 한 곳에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로슬랴코프가 총을 들고 학교로 들어오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그는 동료 학생들에게 총격을 가하고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초기에는 사건을 테러 행위로 규정했다가 이후 다중연속살해로 수정했다. 러시아 일간매체인 노바야 가제타는 “로슬랴코프가 2교시가 끝난 정오쯤 학교에 와서 건물 2층으로 올라간 뒤 동료 학생들에게 사냥총으로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며 “이후 1층으로 내려와 구내식당에서 사제 폭탄을 터뜨린 뒤 2층 도서관으로 올라가 자살했다”고 전했다. 구내식당에 폭발물을 터뜨린 뒤에도 그는 대피하는 학생들에게 조준 사격을 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회는 “로슬랴코프 외에 다른 공범이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로슬랴코프의 범행 동기는 아직 미궁에 싸여 있다. 동료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로슬랴코프는 다른 학생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내성적 성격으로 3년 동안 칼을 갖고 등교하는 등 무기에 관심이 많았고, 미국에선 무기가 합법화돼 있다는 말을 하거나 테러에 관해서도 얘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슬랴코프는 지난 9월 초 심리 검사까지 받고 정식으로 사냥총 소지 허가를 얻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사건이 지난 1999년 미국 콜로라도주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재학생 2명이 총기를 난사해 15명을 살해한 뒤 자살했던 사건을 연상시킨다며 모방범죄 가능성을 제시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