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계, SNS 공간서 콘텐츠 유통방식 고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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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일 서울대서 역사학대회
김재원 연구원 주제발표 ‘눈길’

“소셜 미디어에서 쏟아지는 ‘역사 콘텐츠’는 역사를 단선적인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재단해버린다.”

요즘 TV 드라마와 교양 프로그램, 영화, 다큐멘터리, 광고까지 역사가 상품으로 소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팟캐스트와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에서 역사 연구자보다는 이른바 ‘지식 소매상’에 의한 역사 콘텐츠가 넘쳐난다. 역사학계의 가장 큰 연례 학술행사인 전국역사학대회(19∼20일, 서울대)는 올해 61회째를 맞아 바로 ‘역사 소비 시대, 대중과 역사학’을 주제로 개최된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의 김재원(사진) 연구원이 발표하는 ‘소셜 미디어에서의 역사‘학’ 생산과 판매’가 눈길을 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사회는 인문학 열풍이 몰아치면서 공중파를 비롯해 소셜 미디어에서 ‘어쩌다가’ ‘클라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식의 ‘대중역사’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대표적 팟캐스트 공유 플랫폼 ‘팟빵’에 등록된 역사 관련 콘텐츠는 60여 개에 이른다.

문제는 대부분의 역사 콘텐츠에서 취하는 지식 전달 방식이 교과서식 전개, 그중에서도 민족주의적 서사로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한다는 것. 학원 강사 출신인 설민석 씨의 유튜브 강의가 전형적인 예로, 한반도의 모든 역사에 대해 ‘위대한 우리 조상’이라는 하나의 결론만을 제시한다고 김 연구원은 지적한다. 또 대개 팟캐스트가 효과적인 설득을 위해 단순한 스토리와 단선적인 구도의 명확한 이분법을 제시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박사 이작가의 이이제이’로, 주로 등장하는 악당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의 독재자이며, 이에 반해 영웅은 ‘우당 이회영’ ‘김원봉’ ‘정화암’ 등의 독립운동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착한 일’과 ‘나쁜 일’을 구분하고 평가한다. 일제강점기는 ‘독립운동’과 ‘친일’, 해방 이후는 ‘독재’와 ‘저항’이다. 시작부터 선과 악이 명확하니 특별한 역사적 해석이나 시대적 맥락은 고민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역사학은 해석의 학문”이라며 “역사학에서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개인을 평가하고 시대를 조망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그러나 “소셜 미디어의 폭발은 역사 연구자들에게 기회일 수 있다”면서 “역사학계는 소셜 미디어라는 공간에 ‘어떠한’ 매체를 생산해 내고, ‘어떻게’ 판매해야 할까를 고민할 때”라고 제안했다.

역사학대회협의회장인 김덕수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대중은 역사 대중화 객체에서 역사를 소비하는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대중문화가 역사를 활용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이해함으로써 역사학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이번 주제를 설명했다. 대회 첫날에는 대중과 역사학에 대한 주제 발표가 진행되고, 둘째 날에는 한국사부·동양사부·서양사부 등 7개 분과에서 연구 성과를 소개한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