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일 대구 북구시니어클럽 소속 실버 바리스타 회원들이 대구 달성군 대구도시철도 2호선 문양역에 있는 카페 나우에서 직접 만든 커피 등을 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전국최초 실버바리스타 카페… 대구 북구시니어클럽의 ‘카페 나우’
북구 시니어클럽서 문 열어
공무원·교사 등 다양한 출신
처음엔 음료제조 애먹었지만
손님 취향따라‘다른 맛’가능
“유명 커피보다 맛있어” 칭찬
청일점 막내 65세 김진호씨
“2개월 학원 다니며 자격증
매일 긴장…정신건강 도움”
입소문에 젊은 손님도 발길
주말엔 평균 500명 찾아와
“바리스타로 인생 2막을 열었습니다. 꿈을 이루고 매일 카페에 출근하면서 손님들에게 커피로 행복을 드리니 즐거움만 가득합니다.”
지난 2일 오후 1시 대구 달성군 다사읍 대구 도시철도 2호선 문양역 지상 3층에 들어서자 은은한 클래식 음악과 함께 커피 향이 가득했다. 도시철도 입구 옆에 100㎡ 규모로 들어서 있는 ‘카페 나우(NOW)’에서 모자를 쓰고 흰 셔츠에 앞치마를 단정하게 두른 이들이 얼굴에 미소를 가득 품고 손님들을 맞이했다.
종업원 조순자(여·73) 씨는 “손님이 주문하면 너무 행복하다. 평생 기원했던 바리스타의 꿈을 이루고 일을 하고 있어 하루하루가 행복하다”며 커피를 내렸다. 그는 능숙한 솜씨로 나뭇잎, 하트 등 다양한 모양으로 장식한 라테를 만들어 5분도 안 돼 손님 앞에 내놓았다. 2015년부터 이곳에서 일한 그는 바리스타 자격증도 취득했다. 손님 오정희(여·70) 씨는 “개업할 때부터 언니와 자주 찾았다”면서 “직원들이 친절하고 특히, 아메리카노와 라테는 유명 커피 브랜드 못지않게 맛이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카페 나우는 ‘현재를 즐겨라’라는 뜻을 지녔다. 이 카페는 2010년 8월 보건복지부가 공모한 노인 일자리 창업모델형 사업에 선정돼 문을 열었다. 대구 북구시니어클럽이 대구도시철도공사, 달성군과 협약을 체결하고 1억7000만 원을 들여 개업했다. 전국 최초의 ‘실버 바리스타 카페’로 여성 14명, 남성 1명 등 종업원은 모두 15명이다. 이들은 일반 공무원, 교사, 기업체 사장 등 과거 경력이 다양하다. 나이는 63∼73세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열며 3명이 4∼5시간 교대로 일하고 있다. 카페는 유럽풍으로 14개의 테이블과 56개의 의자, 관상수, 메뉴판 등이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이날 찾은 시간은 종업원들이 교대하는 시간이어서 6명의 종업원이 있었다. 이들은 “유명 브랜드 커피보다 맛있다는 손님들의 말에 힘을 얻고, 손님과 대화하면서 일하는 자체만으로 힘든 줄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모두 바리스타 자격증을 소유한 실력파다. 하지만 대구 북구시니어클럽의 후원으로 다시 2개월에 걸쳐 커피 이론과 실무 교육을 받는다. 커피 종류와 원두 고르기, 제조 과정 등을 두루 익힌 뒤 정식 종업원이 된다. 이은주 대구 북구 시니어클럽 팀장은 “사정상 결원이 생기면 매년 말 공채를 하는데, 경쟁률이 3∼4대 1에 이른다”고 귀띔했다.
김진호(65) 씨는 대구에서 안경테 제조업체를 운영하다 지난달 4일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직원 가운데 새내기다. 그는 “올해 2개월 동안 학원에 다니면서 집중적으로 공부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이곳에 취직했다”며 “매일 긴장하면서 일을 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취업 초기에는 커피와 각종 음료를 만드는 데 애를 먹었다. 40여 가지 메뉴에 따라 만들 다양한 원료를 숙지하지 못해 연신 실수했다. 또 “믹스 커피나 마시는 노인들이 커피 기계를 다룰 줄 알고 제대로 된 맛을 낼 줄 아느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받았지만 서로 도와주면서 시행착오를 줄였다. 이제는 새로운 커피 맛을 내기 위해 굴지의 커피 브랜드 업체를 직접 찾아가 원정 교육도 받으면서 젊은 바리스타 못지않을 정도의 맛으로 손님을 사로잡고 있다.
공무원 출신인 이동길(여·65) 씨는 “손님을 보면 어떤 종류의 커피를 주문하는지 알 정도”라고 자랑했다. 박정옥(여·66) 씨는 “음악을 들으면서 같은 커피라도 손님의 취향에 맞는 맛을 내서 내놓을 정도로 여유가 있다”면서 “손님이 커피를 음미하면서 환한 표정을 지으면 바리스타가 된 보람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들의 월급은 최저임금보다 약간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실버 바리스타로 손님에게 행복을 주는 봉사활동이 더 보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7년 차 종업원인 배선이(여·73) 씨는 “자녀가 모두 크니 허무함이 느껴져서 이곳에서 일하기 위해 찾았다. 매일 다른 손님들을 대하면서 커피 한잔으로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개인적으로는 삶의 질과 건강도 좋아져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메뉴판을 들어 보이며 “모든 메뉴를 예술작품처럼 만들어 손님에게 내놓는다”며 “손님들이 스마트폰으로 커피를 찍기도 한다”고 웃었다. 이 카페는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카페모카, 캐러멜 마키아토, 디카페인 커피, 녹차라테 등을 2000∼3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쿠키도 직접 구워서 팔고 있다. 종업원들은 한 번에 50개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밀가루를 반죽해서 아몬드 초콜릿, 달걀, 설탕, 바닐라 시럽을 넣어 만들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대구 북구시니어클럽은 당초 대구 도심의 장소를 물색하다 노인들이 문양역 뒤편 마천산(해발 274m) 등산을 즐겨 하는 것을 보고 노인들을 주요 손님으로 잡기 위해 이곳에 마련했다. 노인들이 등산으로 체력을 다진 뒤 커피 한잔으로 잠시 휴식을 취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문양역은 대구 도시철도 2호선의 서쪽 종점이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고 인근 대학생과 직장인들도 적잖게 찾는 등 고객층이 확대되고 있다. 오후에는 카페에 자리가 없을 정도다. 최주영(여·44) 씨는 “실버 바리스타들은 젊은이들 못지않게 열정을 쏟아내면서 커피를 만들어 내놓고 있다”면서 “왕성하게 일하는 이들을 보면 노인이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부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문양역 이용객은 하루 3000∼4000여 명이며 카페는 주말 하루 500여 명, 평일 200여 명 정도의 손님이 찾고 있다. 이날은 마침 노인의 날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이날을 자신들을 위한 날이 아니라면서 환하게 웃었다. “건강을 유지하면서 당당하게 일하는 우리를 누가 노인이라고 생각하겠어요. 커피로 손님들의 입을 즐겁게 하고 행복을 주는 전도사로 은빛 삶을 계속할 것입니다.”
대구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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