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식 기자의 버디 & 보기>CJ 컵의 한국 선수 역차별

지금 제주에서는 한국 최초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정규대회인 CJ 컵이 열리고 있습니다. CJ그룹은 지난해 이 대회 유치 후 고사 위기에 빠진 국내 남자대회는 외면한다는 비판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PGA투어에 최대 18명 정도의 한국 선수로 채울 수 있어 한국 골프가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런데 올해 한국 선수는 13명뿐입니다. 지난해 첫 대회 때 16명보다 적습니다. CJ그룹이 지난해 한국 선수 4명을 초청했지만, 올해는 단 한 명만 초청했기 때문입니다.

CJ그룹은 이 대회에서 PGA투어 경험자 5명, 초청선수 3명 등 최대 8명까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초청선수만큼은 PGA투어도 왈가왈부할 수 없는 타이틀 스폰서의 고유 권한입니다. 하지만 CJ그룹은 CJ 후원선수인 이경훈을 제외하고 7명을 모두 외국 선수로 채웠습니다. 애초 한국아마추어챔피언십 우승자로 참가 자격을 확보했던 배용준이 전국체전으로 불참하자 이경훈으로 채웠다는 설명입니다.

그 때문에 올해 최경주가 명단에서 빠진 것은 의외라는 반응입니다. 행여 최경주가 최근 경기력 때문에 고사할 수도 있었겠다 싶었지만, 확인 결과 CJ그룹이 초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CJ그룹은 최경주 배제 이유로 “유자격 선수 외 한국 선수들에게 자력 진출이라는 동일 기준을 적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즉 최경주를 포함시키면, 양용은이나 배상문도 넣어야 하고, 김경태도 포함해야 하니 차라리 이해관계가 없는 외국 선수로 채워 편하게 지나가자는 얘기였습니다. 사실 최경주의 지난 시즌 페덱스컵 순위는 188위까지 내려앉았습니다. 하지만 초청된 외국 선수들 역시 최근 경기력이 부진한 선수가 태반입니다. 한때 ‘황태자’로 불렸던 어니 엘스는 지난 시즌 번 상금이 고작 10만 달러에 그치면서 페덱스컵 순위 209위였고, 찰 슈워츨 역시 105위, 그레임 맥도웰은 144위, 대니 윌렛은 PGA투어보다 한 수 아래인 유럽투어에서조차 60위권에 그치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고는 하나 최경주는 CJ 컵에 충분히 나올 만한 한국의 ‘레전드’입니다. 최경주는 2000년부터 18년 연속 PGA투어 풀시드를 확보해 미국 선수조차 기록하기 힘든 업적을 남겼습니다. 또 통산 상금 부문 25위(3231만 달러)로 올해 CJ 컵 출전 선수 중 어니 엘스, 애덤 스콧, 제이슨 데이, 스튜어트 싱크에 이어 5위에 해당합니다. 어찌 보면 CJ 컵이 한국에서 열릴 수 있었던 것도 최경주의 이런 활약이 씨앗이 됐을 수도 있습니다. CJ 컵은 8년을 더 한국에서 치러야 합니다. 안방에서만큼은 한국 선수 역차별이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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