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72시간內 끝내라”… 사우디, 아시리 범인 지목

트럼프, 실종 뒤 첫 사망 인정
므누신, 사우디 투자회의 불참
미온적 태도서 강경압박 선회

“지시 잘못 들어 심문 때 살해”
NYT, 사우디 지도부 인용보도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실종 의혹에 대해 미온적이었던 미국이 살해 사실을 공식화하고 ‘72시간 내 조사를 완료하라’고 사우디 정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정부가 스스로 살해 관련자들에 대한 결자해지(結者解之)에 나서라는 촉구다.

18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말 카슈끄지가 사망했다고 믿고 있으며, 사우디가 깊이 관여했다는 정보기관의 보고를 신뢰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으로 카슈끄지가 피살됐을 것이라는 걸 인정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사우디와 터키를 방문하고 귀국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보고를 받은 직후에 나왔다. 폼페이오 장관은 “16일 리야드에서 살만 빈 압둘 아지즈 국왕과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 외교장관 등을 만나 우리가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그들은 심각함을 이해하고 있고 철저한 수사와 보고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며칠 더 기다려 보자고 제안했다”고 언급했다.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폼페이오 장관이 “빈 살만 왕세자에게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 싫다면 72시간 내에 전체 조사를 완결지어야 한다. 이 사건은 국제적인 분노가 커져서 빠져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영국, 프랑스 재무장관들은 오는 23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리는 대규모 국제 투자회의인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에 불참한다고 발표했다.

일단 사우디 정부는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는 빈 살만 왕세자의 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왕을 대신해 국정을 총괄하는 그의 권력구도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NYT는 사우디 지도부와 가까운 3명의 소식통을 인용, “사우디 정부가 빈 살만 왕세자의 측근인 아흐메드 아시리 장군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심문을 구두 승인하기는 했지만 지시를 잘못 이해했고, 결국 카슈끄지가 심문과정에서 살해됐다는 것이다. 과거 예멘에서 사우디군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아시리는 빈 살만 왕세자와 가까운 관계이며, 암살 등을 위해 인원을 모을 수 있는 영향력이 있는 인사로 평가된다. 아시리가 범행을 자백하면 빈 살만 왕세자와의 연결고리는 차단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이 같은 조사결과를 100%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