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北제재 사반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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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시작한 것은 1993년 5월이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안 825호를 채택한 것이다. 이후 유엔은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할 때마다 안보리 결의를 통해 제재를 강화해왔다.

1차 핵실험을 한 2006년 10월에는 1718호, 장거리 미사일 은하 3호를 발사한 2013년 1월에는 2087호 등 모두 9개의 안보리 결의가 나왔다. 안보리의 초기 대북 제재는 대량파괴무기(WMD) 제재에 집중됐으나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본격화한 2016년부터는 북한 경제 전반을 봉쇄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북한의 광물 수출을 금지한 2371호,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된 2397호 등이 있다.

미국은 유엔과는 별도로 일찌감치 국내법을 통해 북한을 제재해왔다. 대북제재강화법, 북한위협감소법, 이란·북한·시리아 비확산법 등 아예 법명에 북한이 들어간 3개 법을 포함, 15개 이상의 법이 대북 제재를 규정하고 있다. 북한이 공산국가여서 자동으로 제재하는 무역법, 적성국교역법이 있고, 북한의 국제통화기금(IMF) 가입 등 국제금융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브레턴우즈협정법, 국제금융기구법도 있다. 최근에는 미 의회에서 오토 웜비어 대북 은행 업무 제한법, 사이버 억지와 대응법, 효과적인 외교 촉진을 위한 영향력법 등을 입법 중이다. 미국 말고도 일본과 한국 등이 국내법이나 행정 조치 등으로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난달 평양 회담을 계기로 북한 핵 협상 국면은 ‘비핵화 신고 대(對) 종전선언’에서 ‘비핵화 조치 대 제재 완화’ 국면으로 변하고 있다. 유럽을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은 프랑스·이탈리아 정상 등을 만나 유엔 제재 해결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방문국의 부정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계속 유엔 제재를 이완하려는 문 대통령의 움직임을 미국은 특별히 주시한다. 개별 국가의 독자 제재는 완화나 해제했다가 번복할 수도 있지만, 유엔 제재는 다르다. 현재의 유엔 제재는 모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도 찬성한 것. 그러나 거부권을 가진 중·러는 대북 제재 완화로 입장을 바꿨다. 일단 해제되면 다시 제재할 수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