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드러나는 공공부문 채용비리…“檢, 인지수사 나서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바늘구멍’ 뚫으러… 삼성 직무적성검사(GSAT) 시험이 실시된 21일 서울 강남구 단국대부속고에서 수험생들이 고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법조계, 강제수사 요구 확산
“우리사회 뿌리 깊은 부조리”

檢“고소 · 고발땐 착수할 것”
검사장 출신은“의지의 문제”

공기업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벌어진 고용세습 의혹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어 검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민간 부문이 고용절벽인 상황에서 중요한 일자리 창출 ‘무대’가 된 공공영역에서 발생한 비리라는 점과 향후에도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기회에 검찰 수사를 통해 비리의 싹을 원천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검찰은 현재까지 고소·고발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수사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석동현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공동대표는 22일 “(이번 사태는) 과정의 공정함, 기회의 균등을 주장해 온 문재인 정권의 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면서 “진보·보수 진영의 문제를 넘어선 우리 사회 뿌리 깊은 부조리에 대한 문제기 때문에 이에 공감하는 시민단체들과 뜻을 모은다면 고발도 적극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발장이 접수될 경우 검찰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채용비리야말로 적폐”라면서 “뿌리 깊은 적폐를 판단하는 기준이 정권 성격에 맞춰서 달라져서는 안 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인지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당위성 측면에서 마땅히 인지수사를 벌여야 한다”면서 “검찰의 의지 문제”라고 말했다. 검찰은 아직 수사에 나선 단계는 아니지만 고소·고발 등이 있을 경우 당연히 수사에 착수한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문제가 된 기관들에 대한) 감사가 예정돼 있어 아직 우리가 수사에 착수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면서도 “고발이 들어오면 당연히 수사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에 의한 강제수사 불가피론이 나오는 배경은 국정감사가 ‘일회용 쇼’로 끝날 수 있다는 점, 감사원 감사에는 대략 6개월 정도의 장기간이 걸린다는 점 때문이다. 검찰 특별수사단을 구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례도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 사건의 경우 올해 2월 대검찰청 반부패부 주도로 서울남부지검 등 지검 5곳이 대대적 수사에 착수, 속전속결로 6월에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 사건의 경우 2016년 처음 불거진 이후 최근 ‘재재재수사’까지 네 차례에 걸쳐 수사가 이뤄진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별도의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이 구성되기도 했다.

현재 서울교통공사, 인천공항공사, 한국국토정보원 등에서 정규직 전환 때 재직자의 친·인척을 포함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야당에서는 지금까지 드러난 부분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정조사 추진을 발표했다. 여당은 드러난 의혹에 대해서는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임정환·정유진·김수민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