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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준모의 미술동네 설설 게재 일자 : 2018년 10월 22일(月)
사망 이틀前 구상 완료, 1년뒤 설치 완성…4色 품은 ‘빛의 성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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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밀라노 남쪽의 키에사 로사에 있는 산타마리아 안눈치아타 성당의 천장. 댄 플래빈의 작품 ‘무제’로 1997년에 만들어졌다.

美 댄 플래빈의 유작 ‘무제’
새 현대미술 언어·기법 구현


요즘은 ‘따뜻한 자본주의’를 넘어 ‘공익적 자본주의’란 말이 논의되고 있다. 나오시마의 신화를 만든 후쿠다케 소이치로(福武總一郞·1945~)의 기업 정신의 근본도 공익적 자본주의다. 이렇게 해외에서는 민간 기업들이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함으로써 경제적 자원을 문화적 재화로 이끌어내 기업 이미지는 물론 문화예술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런 기업의 활동 중 하나가 이탈리아 밀라노 남쪽 키에사 로사에 있는 산타마리아 안눈치아타(Santa Maria Annunciata) 성당이다. 1932년 완공된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로 1960년 오늘의 외관을 갖추게 됐다. 1996년 쇠락한 건물의 복원과 재생을 통해 교회의 숭고함을 더하고자 했던 줄리오 그레코(Giulio Greco) 신부는 미국의 예술가 댄 플래빈(Dan Flavin·1933~1996)을 떠올렸다. 그리고 신부님의 생각은 프라다 파운데이션과 디아아트센터의 협력을 이끌어 냈고, 밀라노 변방에 위치한 이 성당은 많은 순례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  정준모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처음 성당을 설계한 20세기 최고의 교회 건축가라고 불리는 조반니 무지오(Giovanni Muzio·1893~1982)는 십자가 상단이 긴 라틴 십자가 모양을 원용해 교회 건물을 구상했다. 따라서 교회 중앙의 제단 뒤 애프스(Apse) 즉, 반원형의 천장 공간이 좀 더 넓다. 그리고 십자가 모양의 왼쪽에 위치한 팔각형의 예배당에는 자코모 만주(Giacomo Manzu·1908~1991)가 만든 세례자 요한의 상이 서 있다. 교회는 단순하다. 모든 벽이 흰색으로 마감돼 있고, 성당 내부의 성화도 도드라지는 것 없이 걸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빛이 나는, 하느님의 은총이 전체 교회를 감싸 안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밤이 되면 창문을 통해 빛이 새어 나와 마치 빛의 근원 같다. 고대 이집트의 색유리기술이 로마 초기 건축에 반영되면서 시작된 스테인드글라스는 빛이 색유리를 투과하면서 시간과 각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빛과 색채가 교회의 성스러움을 더해 주는 장치다.

이런 빛을 새롭게 해석해서 스테인드글라스를 넘어 새로운 현대미술의 언어와 기법으로 구현해낸 것이 이 성당이다. 성당 중앙의 긴 반원형 천장은 푸른색으로, 그리고 중앙의 십자가를 모신 애프스에는 노란색, 좌우의 세례당에는 붉은색 조명이 빛을 발하면서 자연스럽게 각각의 색이 만나는 지점에서는 중간색이 형성된다. 교회의 장식이라고는 조명을 위한 색깔 있는 형광등이 전부이지만 성당에 들어서면 어두운 밤을 쫓아내고 새벽이 오는 듯한 서늘하지만 따뜻한 빛이 방문객을 감싸 안는다.

댄 플래빈은 1960년대에 미니멀리스트의 일원으로 빛을 통해 공간을 포함하는 작품으로 일가를 이룬 인물이다. ‘무제’라는 이 작품은 그의 마지막 작품인 동시에 그가 세상을 떠나고 완성된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신부님과 프라다 파운데이션으로부터 이 작품을 의뢰받고 고민을 거듭한 끝에 죽기 이틀 전에 구상을 마쳤다. 그리고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년 뒤에 설치가 완성됐다. 그의 유작인 셈이다. 그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대신한 이 빛으로 충만한 작품은 은은하게 사람들을 감싸 안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한 여운이 진동처럼 퍼져 나오는 새로운 경험을 전해준다. 사물의 즉물적인 구체성이 없어도 우리의 영혼을 들어 올리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된다. 댄 플래빈의 신학과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는 전통을 만들었다. 단순한 조명이 아닌 건축 그 자체가 된 ‘빛의 성전’에서 우리도 이런 건축물을 하나 갖도록 해달라는 기도가 저절로 나왔다.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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