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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용식 논설주간 게재 일자 : 2018년 10월 22일(月)
가짜뉴스 퍼지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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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논설주간

허위정보 엄단에 黨政 총출동
어느 정도 창궐하기에 그럴까
이효성 위원장 견해와 정반대

公營언론 너무 많고 권력 편향
靑비서실장 활약 차지철 연상
권력의 등잔 밑부터 밝게 해야


유언비어, 괴담, 카더라방송, 유비통신, 헛소문, 루머…이런 것들이 없었던 때는 없었다. 전설적 언론인 월터 리프먼은 이미 96년 전에 저서 ‘여론’에서 정보의 오염과 왜곡으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며 편견 없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식기구’를 제안했을 정도다. 이젠 인터넷 발달과 SNS 생활화에 따라 가짜뉴스로 진화했다. 허위 정보가 언론 보도의 외양을 갖춘 채 무한 복제되고, 빛의 속도로 확산하기 때문이다.

최근 현 집권세력이 돌연 대대적 가짜뉴스 단속에 나섰다. 법무장관은 “허위조작정보 배후까지 추적하라”고 지시했으며, 여당은 특별기구를 만들고 가짜뉴스방지법도 발의했다. 도대체 얼마나 창궐하고 위협적이기에 정권이 총출동하다시피 나섰을까. 발상과 용어가 독재정권 시기의 것들이기에 더 놀랍다. 유신 때 긴급조치 1·9호 및 10·26 사태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뒤의 계엄포고령이 이와 유사하다. 유언비어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언론과 정치가 활성화하면서 줄어들었으나, 보수 재집권에 맞춰 독재 타도에서 광우병·세월호·사드 괴담 등 보수정권 공격으로 방향을 바꾸어 넘쳐났다.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적이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억눌러 없앨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여론 형성의 또 다른 통로이므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있다. 유언비어 연구의 선구자인 고든 W 올포트와 레오 J 포스트맨은 ‘유언비어의 양=중요성×모호성’이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관심이 클수록, 모호한 구석이 많을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해결책은 햇빛이 어둠을 걷어내듯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는 일이다. 미국 정보자유법(FOIA)이 ‘선샤인 법’이기도 한 이유다.

이 시기에 왜 가짜뉴스가 횡행할까. 우선, 언론의 실패다. 특히 권력 영향하의 공영(公營)언론들에 대한 불신이 심각하다. TV 뉴스를 외면한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 공영언론이 너무 많고 경영은 방만하다. 신문의 책임도 무겁다. 과거엔 독자들이 기사를 거의 사실로 받아들였는데, 이젠 ‘어느 신문이냐’고 되묻는다. ‘코드 사법’은 수사와 재판의 정치적 의도를 둘러싼 추측을 부추긴다. 특검까지 했지만 수사라고 하기도 민망한 드루킹 수사와 전광석화처럼 이뤄진 심재철 의원 수사의 대비가 상징적이다.

보다 근원적으로 권력의 불투명성이 온갖 억측의 온상이다. 최근 ‘청와대 정부’라는 책이 주목을 끌 정도로 삼권분립은 더 취약해졌고, 정부도 헌법과 정부조직법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국무회의를 최고 국정기구로, 장관을 책임장관으로 여기는 사람이 있는가. 실세에 대한 풍문이 만연할 수밖에 없다. 선글라스를 낀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가정보원장과 통일장관, 국방장관을 대동해 전방을 시찰한 사진은 충격적이다. 역대 청와대에서 그런 사람은 없었다. 박정희 정권 말기 차지철 경호실장이 온갖 명분으로 장관과 요인들을 불러모았던 일이 흡사할 뿐이다. 청와대 국기 하강식도 활용했다.

당국자들 말이 신뢰를 잃을 때 가짜뉴스가 번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의 긍정 효과가 90%라고 했지만 장관들도 딴소리를 한다. 지난 18일 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뒤 교황의 방북과 관련된 발표도 뒷말이 무성하다. 외교장관은 범정부 차원의 5·24조치 해제 검토를 밝혔다가 거둬들였다. 안보 약화가 모두의 눈에 보이는데 대통령 주변에서만 아니라고 하면 우화 ‘벌거숭이 임금님’에서처럼 국민은 수군거리게 된다. 인권을 외치면서 북한 인권은 한사코 외면하고, 민주를 외치면서 탈북민 출신 기자의 취재를 봉쇄한다. 이런 위선과 천박한 언론관이 겹치면 국민은 정부 발표보다 ‘SNS 사랑방’에 더 의존하게 된다.

가짜뉴스 주무 기관장인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의 교수 시절 저서 ‘커뮤니케이션과 정치’에는 이렇게 나온다. ‘유언비어 유포죄는 그 사회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증명할 뿐이다. 지배 세력에 불리한 유언비어나 권력자를 조롱하는 유언비어도 정치적 의견의 격렬한 표현으로 간주할 수 있으며, 따라서 보호되어야 한다.’ 가짜뉴스 확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권력의 등잔 밑 어둠부터 밝혀야 한다. 괴담이 전(前)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발휘했던 영향력 때문에, 공수가 바뀐 지금은 그런 일을 막으려 선제공격에 나선다는 부메랑 괴담에 직면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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