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답보… 文, 내달 ‘아세안+3’ ‘APEC’서 다시 중재외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아셈(아시아유럽정상회의) 등 7박 9일간의 프랑스·이탈리아·벨기에 순방을 마친 뒤 21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주한 외교사절단 등 영접 나온 인사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헝클어지는 對北구상

北, 美상응조치 계속 주장
美, 제재유지 확고한 원칙
유럽도 제재완화 부정적

트럼프와 담판 나설 수도

문재인 대통령이 ‘연내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한반도 비핵화·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또다시 외교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북한이 미국의 상응 조치로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하면서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이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대북제재 완화 얘기를 꺼내야 하는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번 유럽 방문 기간 유럽 국가들로부터도 별다른 공감을 얻지 못한 것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번 아셈(아시아유럽정상회의) 참석을 시작으로 11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 정상회의,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잇따라 참석, 북한 비핵화 조치와 대북제재 완화를 중심으로 한 대북정책 구상을 집중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11월 다자회의 기간에 유엔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상들과의 양자 접촉도 할 예정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구상은 첫 출발점인 유럽 순방에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영국·프랑스 정상과의 회담을 통해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적극적인 상응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유럽 국가들이 지원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했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대북제재 완화에 신중한 태도였고, 문재인 정부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 원칙을 강조했다. 미국이 문재인 정부의 남북경협 ‘과속’에 잇달아 경고를 던지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유럽 등 다른 국가들의 지원도 얻지 못하면서 대북정책 구상 이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1월 다자 회의에서도 유럽과 다른 메시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문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북한 문제를 풀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 여전히 타협이 있을 수 없으며, 가장 마지막에 내놓을 수 있는 카드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5·24 조치’ 해제 논란이 나왔을 당시 ‘승인’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제재 해제에는 거부감을 나타낸 바 있다. 남북관계 개선이 미·북 협상을 견인할 수 있다고 보는 문재인 정부가 돌파구 마련을 위해 2차 미·북 정상회담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나, 제재 위반 논란까지 감수한 남북 경협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한·미 갈등이 전면에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21일 미국 워싱턴에 급파, 미국 측 기류를 타진할 예정이다. 이 본부장은 23일까지 미국에 체류하면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회담을 할 예정이다.

김병채·박준희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