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실무협상 응하지 않는 北… 시간끌기 나섰나

대화·제재 병행 트럼프에 불만
우리민족끼리 “美, 남북 방해”

북한은 미국을 향해 연일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면서도 미국의 실무협상 제의에는 응하지 않는 시간 끌기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대화와 제재 병행 기조에 대해 “종잡기 어려운 미국의 표정과 태도”라며 “한 얼굴로 우리와 상대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미·북 간 기 싸움이 계속되면서 미·북 비핵화 협상이 다시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진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2일 ‘로골적인(노골적인) 간섭에 깔린 불순한 기도’라는 제목의 글에서도 “미국이 막 뒤에서 북남관계가 개선되는 것을 방해하다 못해 이제는 내놓고 자기들이 승인해주지 않으면 절대로 할 수 없다고 남조선당국을 강박하고 있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앞서 2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미국은 두 얼굴로 우리를 대하기가 낯뜨겁지 않은가’라는 글에서 “한편에서는 미국 국무장관 폼페이오의 평양 방문을 두고 미국이 바라는 굉장한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광고하는 소리가 요란한가 하면 다른 편에서는 ‘제재 지속’과 같은 듣기 싫은 소리들이 사람들의 귀를 아츠럽게(어지럽게) 하고 있다”며 “도대체 웃는 얼굴과 퉁명한 얼굴 중에 어느 것이 미국의 진짜 얼굴인가”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이 같은 대미 비난은 북한과 대화를 유지하면서도, 비핵화 전까지 대북 제재를 지속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양면 전략’에 대한 불만으로 풀이된다. 이달 초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에 동행한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 8일 “내 카운터파트에게 가능한 한 빨리 보자고 초청장을 보냈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응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시간 끌기 전략에 맞불을 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서두르지 말아라. 잘될 것”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미국 고위 당국자는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올해를 넘길 수 있다”고 밝혔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