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中·러 ‘새 INF 협정’ 추진

볼턴 NSC보좌관 러시아 도착
푸틴에 트럼프 입장 전달할듯
러 의회 등 ‘핵조약 파기’ 반발

美, 中당국과 조만간 접촉 전망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일명 중거리핵미사일폐기협정)’ 파기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핵무기 통제 역사상 획기적 조약으로 평가받으면서 31년 동안 유지돼 왔던 INF가 찢기거나 유지될지 아니면 미국-러시아-중국 3국이 서명하는 새 협정으로 대체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21일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이날 독립국가연합(CIS) 국가 순방의 첫 방문국인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볼턴 보좌관은 22일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국가안보회의 서기(국가안보수석 격),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 등과 만나고, 23일에는 크렘린 궁을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특히 그는 방러 기간 중 미국의 INF 파기 방침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모스크바(러시아 정부)가 합의를 위반했다”며 “INF 협정을 폐기하고 탈퇴하려 한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INF 체결국이 아니란 이유로 핵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이 새 협정에 합의하지 않으면 우리도 해당 무기들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NF는 1987년 12월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체결한 조약이다. 조약 체결로 1991년 6월까지 미국은 퍼싱-Ⅱ 미사일, 소련은 SS-20을 포함한 사거리가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 2692기를 폐기했다. 미·소 양국은 당시 서로의 핵시설에 대한 폐기 사찰을 처음 허용해 군비 통제 역사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미국의 INF 파기 방침에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21일 “협박을 통해 국제안보와 핵안보, 전략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문제에서 러시아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미국의) 시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고르바초프 전 서기장도 이날 인테르팍스통신 인터뷰에서 “옛 소련 지도부와 미국이 비핵화를 이루려고 쏟은 모든 노력을 흔들어 놓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역사적 대통령으로 남기를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가 새 협정에 합의하고 중국이 동참해 트럼프-푸틴-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서명하는 새로운 중거리 핵무기 폐기협정의 도출을 원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