켑카 ‘CJ컵 우승+ 세계1위’ 비결은 선택과 집중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의 브룩스 켑카가 21일 제주 서귀포시 나인브릿지 골프클럽에서 열린 PGA투어 더 CJ컵 우승 기자회견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350야드 날리는 장타자에도
타수 지키기 주력 전략 구사
후반에만 7타 줄이는 집중력
막판까지 평정심 잃지 않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 CJ컵과 세계랭킹 1위까지 품은 브룩스 켑카(28·미국)의 ‘우승 방정식’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켑카는 장타자 임에도 철저하게 계산된 코스 공략을 앞세웠고, 승부처에서 놀라운 집중력이 펼쳐 정상에 올랐다.

켑카는 21일 제주 서귀포시 나인브릿지 골프클럽(파72)에서 막을 내린 더 CJ 컵(총상금 950만 달러) 4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쳐 합계 21언더파 267타를 기록했다. 켑카는 이날 9타를 줄이며 추격해온 개리 우드랜드(34·미국)를 4타차로 따돌리고 우승하며 새로운 세계 1위에 올랐다. 켑카의 PGA투어 통산 5승째. 올해 US오픈과 PGA챔피언십에 이어 3승째다.

지난해 평균 비거리 313야드로 장타 부문 8위에 오른 켑카는 마음만 먹으면 350야드는 거뜬하게 날린다. 켑카는 대회 첫날 뒷바람을 타고 400야드에 육박하는 장타를 날려 화제가 됐다. 4라운드에서 9번 홀(파5)에서 티샷이 살짝 덜 맞자 그린까지 300야드를 남겨두고 3번 우드로 2온을 성공시켰다. 켑카는 특히 바람이 강하게 분 1라운드에서만 18번 홀에서 파를 적어냈을 뿐 2∼4라운드에서는 드라이버를 사용해 장타를 날렸고 두 번째 샷을 짧은 아이언으로 170야드 전후로 남겨 이글-버디-이글을 잡아냈다.

“코스에서 14개의 클럽을 다 사용한다”는 켑카는 티샷도 상황에 따라 드라이버부터 3번 우드나 3번 아이언을 사용하며 타수를 지키는 데 주력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번 대회에서 원온이 가능했던 8번과 14번 홀(이상 파4)에서 우드조차 들지 않고, 아이언으로만 공략했다. 11번 홀(파4)은 왼쪽은 깊은 러프, 오른쪽은 해저드가 있는 등 위험 요소가 많아 4일 내내 아이언으로만 티샷했다. 대신 파 5인 9번이나 18번 홀에서는 장타 본능을 앞세워 타수를 줄였다.

이번 CJ 컵에서 크게 무너지는 샷이 없었던 게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 켑카는 4일 간 보기가 6개 있었지만 더블 보기는 없었고 버디 23개와 이글 2개를 곁들였다. 첫날 강풍 속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타수 잃지 않았고, 2라운드부터 타수 줄여 선두권에 오르면서 막판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마지막 날 한때 우드랜드에 공동선두를 2차례나 허용했지만, 후반에만 7타를 줄이는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집중력에는 퍼팅이 한몫했다. 파온 후 퍼트 수는 1.6개로 4일 중 가장 좋았다. 켑카는 경기 도중 순위표를 항상 살피는 습관이 있다. 대개의 선수가 심리적으로 흔들린다는 이유로 멀리하는 것과 딴판이다. 켑카는 “내 위치가 어디인지를 보는 게 흥미진진하다”면서도 “그러나 순위를 보고 뭔가 바꾸지는 않고 하던 대로 한다”고 말했다.

세계 1위에 올랐지만, 켑카는 “(당분간)특별히 뭘 바꾸지는 않겠다”면서 “하던 노력을 유지하며 골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켑카는 “늘 부담감을 배제하려 신경을 쓴다”며 “부담은 자기가 스스로 주는 것이고, 이는 두려움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켑카는 “부담을 내가 만들 수도 있기에 샷을 하기 전 나쁜 결과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그냥 공을 어디에 안착시킬지만 신경을 쓴다”고 설명했다.

제주 =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