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사업 ‘일단 허용’하는 해외… 뒷짐부터 지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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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등 대부분 ‘네거티브 규제’
韓은 기존업계 반발에 휘둘려
우버·에어비앤비 등 안착못해

미국 샌프란시스코가 최근 많은 고민 끝에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 허가 결정을 내렸다. ‘원칙 허용, 예외 금지’의 이른바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사업의 시장 안착 여부는 사전 규제가 아닌 사후 규제로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데 달려 있다. 승차 공유 서비스의 경우에도 우버의 성공 이후 인기를 얻으면서 라임, 버드 등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가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났다. 하지만 서비스가 난립하면서 인명 사고 증가 등 부작용도 생겼고 일부 시민은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를 중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에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은 지난 6월 일단 모든 서비스를 중지시켰다. 이후 심사 과정을 거쳐 스킵, 스쿳 등 시범 운영 회사를 선정했고 지난 15일부터 서비스를 허용했다. 두 회사는 우선적으로 각각 625대의 전동 킥보드를 시내에 배치했다. 6개월 뒤에는 샌프란시스코 도시교통국 허가를 받아 전동 킥보드를 2배 늘릴 수 있다. 대신 신규 이용자는 이용 방법과 교통법규에 관한 교육 영상을 의무적으로 시청해야 한다.

해외 대부분 국가나 도시들이 샌프란시스코의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 사례와 마찬가지로 신기술 도입 시 네거티브 규제 원칙을 지키고 있다. 기술에 바탕을 둔 새로운 서비스 도입에 사색하며 처음부터 막거나, 이해관계자 간 충돌을 우려해 뒷짐을 지고 있는 한국의 당국과는 대조적이다.

우버, 리프트 등으로 대표되는 승차 공유 서비스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택시 면허 제도가 잘 정착된 지역에서 특히 반발이 심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국가나 도시들은 일단 허용한 뒤, 문제점이 발생했을 경우 조치에 나서는 패턴을 보였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 뉴욕이다. 뉴욕 시의회는 지난 8월 초 교통 혼잡을 줄이는 방안의 하나로 1년 동안 승차 공유 서비스 기사에 대한 새로운 면허를 동결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우버, 리프트 소속 기사는 8만 명을 넘어섰다. 한때 뉴욕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택시 ‘옐로캡’은 1만3500대로 줄어들었다.

반면, 우버는 지난 2014년 말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압박으로 곧 접어야 했다. 택시업계의 반발에 따른 조치였다. 당시 서울시는 2015년 1월 우버 서비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우버 서비스 신고 시 100만 원을 포상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조례를 개정했다. 숙박공유서비스 에어비앤비 역시 마찬가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16년부터 도입 논의를 시작했으나 모텔 등 관련 업계 반발로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하는 실정이다.

차두원 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소비자 편익 증대와 관련 산업 발전을 고려할 때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해야 하는 것에 대해선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에선 정부의 의지 부족과 기득권 반발로 네거티브 규제 원칙이 잘 작동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