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與 ‘고용세습 國調’ 반대 명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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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젊은이들은 과정이 공평하고 (결과가) 정의로운 나라를 원하는데 (이번엔) 그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1월 18일 청와대 관계자가 한 언급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여자 아이스하키 팀이 남북 단일팀으로 구성된다는 소식을 접한 젊은이들이,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판을 제기하자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가 공감을 표시한 것이다. 이렇듯 젊은이들에게 공정성은 중요하다. 더욱이 지금과 같이 높은 청년실업률(9월 기준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8.8%)을 기록할 때는 취업과 관련한 공정성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젊은이들이 이런 공정성에 의심을 가질 수 있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의 임직원 친·인척 정규직 채용 의혹 논란이 그것이다. 공기업은 많은 젊은이에게 ‘신의 직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높은 보수와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해 주는 곳이다. 그래서 취업 준비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공기업에 뜻을 두게 된다. 그런데도 ‘경이적인 경쟁률’ 때문에 공기업에 지원할 엄두를 못 내거나 아니면, 계속되는 실패로 좌절의 쓴맛을 볼 수밖에 없는 젊은이가 많다. 그래서 아직은 의혹 제기 수준이지만, 이런 의혹은 철저히 파헤쳐야 하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의혹은 젊은층의 분노만 자아내는 게 아니라, 취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도 무기력감을 줄 수 있다. 자식의 취업을 위해 자신도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야 모든 부모가 똑같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부모가 대부분이고, 그래서 이런 의혹을 보면서 부모들은 자신들의 힘없음을 한탄하게 된다. 이런 취업 관련 의혹, 특히 공기업의 정규직 채용 의혹은 그 사실 여부가 명확히 가려져야만 다양한 세대의 분노와 좌절감을 가라앉힐 수 있다.

그 민심을 읽은 야 3당이 22일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여기에 대한 여당(與黨)의 반응은 ‘국정감사 결과를 보고 논의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은 이 문제를 정치공학의 차원에서 분석, 접근하는 것 같다. 하지만 설령 정치권이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의혹의 본질은 ‘불공정’에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즉, 이런 문제를 통해 야권이 일종의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속셈이 있다고 하더라도 공정성에 관한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정치공학이든 뭐든 생각하지 말고 의혹을 파헤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여권에도 적용된다. 즉, 야권의 정치공학적 계산을 하루빨리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차원에서도 여당이 적극 나서서 의혹을 파헤치자고 해야 한다. 만일 여당이 야당들의 국조(國調)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시간만 보낸다면, 관련 의혹은 더 커질 수도 있고, 이런 의혹이 증폭되는 시간만 더 길어질 수도 있다. 그러면 여권이 되레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여권이 한 점 의혹 없이 규명하자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 출범 초기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슬로건을 내걸었고, 많은 젊은이는 이에 공감하고 열광했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공정함과 정의로움에 목말라 했다고 보는 게 맞다. 바로 이런 점을 생각하면 여당은 더욱더 이 의혹을 적극적으로 파헤쳐야 하는 것이다. 여당은 ‘공정과 정의’의 초심으로 돌아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