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o >新정치세력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증가로 중국 귀금속 시장이 호황인 가운데 지난 9월 홍콩의 한 보석상점에서 직원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2000년 이후 成人된 세대…인구비중 높아 소비주도 · 정치세력화
韓 보수정권 붕괴 결정타 … 美 민주당도 중간선거 표심 적극 求愛

1981~2000년 출생한 세대로
다양한 경험 통해 자부심 높고
SNS 통한 ‘멀티태스킹’ 익숙
2035년 세계최대 소비층 전망

인구 많지만 투표율 저조한 편
59%가 “美 민주당 지지” 밝혀
‘투표해’ 영상 배포 참여 독려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가 전 세계 각지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의 지형을 바꾸며 주목받고 있다.

소위 ‘베이비붐 세대’가 퇴장하면서 그 자리를 메우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는 과거 소비 트렌드의 중심으로 기업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정치적 영향력도 키우면서 이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가들의 머리싸움이 시작됐다.

◇새 밀레니엄(2000년) 이후 성인이 된 밀레니얼 세대 = 지난 17일 외신 등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라는 용어는 윌리엄 스트라우스와 닐 하우가 1991년에 펴낸 책 ‘세대들: 미국 미래의 역사 1584~2069’에서 처음 사용됐다. 이전 X세대의 뒤를 잇는다고 해서 ‘Y세대’, 과거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인 탓에 ‘베이비붐 에코 세대’로 불리기도 한다. 성인을 몇 세부터 보느냐에 따라 국가, 혹은 연구자마다 세대 구분에 차이가 있는데 지난 6월 관련 보고서를 낸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경우 1981~1996년 출생자들을 밀레니얼 세대로 지칭했다. 반면 2010년 ‘밀레니얼 제너레이션’을 저술한 린 랭커스터, 데이비드 스틸먼은 1982~2000년 출생자를 밀레니얼 세대로 구분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인구 비중이 높다. 이란의 경우 전 인구의 32.2%, 중국은 25.2%가 이 세대에 속한다. 미국도 2018년 밀레니얼 세대가 처음으로 전체 인구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세대로 떠올랐다. 랭커스터, 스틸먼은 풍족한 시대에 태어나 대학 교육을 받은 밀레니얼 세대를 규정하는 7가지 요인으로 부모의 관심, 권능감, 의미, 높은 기대치, 빠른 속도, 소셜네트워킹, 협력 등을 꼽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부모로부터 완전한 자립은 이루지 못했고 젊은 시절부터 다양한 경험을 해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지나쳐 권능감까지 있는 반면, 성과에 대한 기대치나 일에 대한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새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데 적극적이다. 또 어느 세대보다 SNS를 잘 활용하는 등 인터넷에 익숙해 ‘빨리빨리’ ‘멀티태스킹’을 주로 해서 기존 세대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소비계층 = 밀레니얼 세대에 먼저 주목한 쪽은 기업 등 산업계다. 산업계는 일찌감치 이들의 구매력 상승에 주목해 밀레니얼 세대에 집중한 마케팅을 진행해 왔다. 실제 밀레니얼 세대의 구매력은 2020년을 기점으로 X세대를 따라잡아 2035년까지 최대 소비층의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베스 앤 보비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구매력이 연간 6000억 달러(약 677조 원)를 넘는다고 집계했다. 또 2020년까지 밀레니얼 세대는 전 세계 노동 인구의 3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들의 소비 패턴은 이전 세대와 다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영향으로 취업난, 일자리 질 저하 등을 겪으며 평균소득은 과거에 비해 낮아졌다. 지난해 한 연구에 따르면 주요 선진 8개국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직전 X세대가 같은 연령대였을 때보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소득이 4%가량 적은 것으로 집계됐고 주택 보유율은 베이비붐 세대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학자금 대출, 비싼 주거비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여전히 남아 결혼·출산은 뒤로 미루고, 혼자 사는 삶에 익숙하며 혼밥·혼술·혼행 등의 사회현상을 낳고 있다.

◇최다 유권자층으로 부상하며 정치권도 구애 = 최근 밀레니얼 세대가 새삼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들이 본격적으로 중요한 유권자층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많은 숫자에 비해 그동안 투표율이 저조해 정치인들의 핵심 공략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이들의 투표율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일례로 한국의 경우 밀레니얼 세대인 20대 투표율이 2007년 17대 대통령선거 때 46.6%에서 2012년 18대 대선 때 68.5%까지 높아졌고, 2017년 19대 대선에선 76.1%까지 수직 상승했다. 같은 선거에서 30대 투표율 또한 55.1%, 70%, 74.2%로 높아졌다. 특히 10년 전 20대였던 현재 30대의 투표율은 2007년 46.6%에서 2017년 74.2%로 27.6%포인트 치솟았다. 정치 전문가들은 한국 보수 정권의 몰락에 밀레니얼 세대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 때문에 미국 정치권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밀레니얼 세대 표심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이 세대를 확실히 잡아야 중간선거, 나아가 차기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59%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민주당 성향으로 분류되는 광고사 네일 커뮤니케이션스는 지난 9월 ‘투표해(Knock the Vote)’란 동영상을 만들어 유포하며 밀레니얼 세대의 중간선거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사일런트 세대(1945년 이전 출생) 투표율은 70%, 베이비붐 세대가 69%였던 반면 밀레니얼 세대의 투표율은 51%에 그쳤다. CNN은 “그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미국 내 가장 막강한 정치 세력이 될 수도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