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고용세습은 反헌법 反공정 新적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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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출범 이후 ‘적폐청산’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새로운 적폐가 부각되고 있다. 공공기관의 ‘고용세습’이 그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2016년 5월 서울 구의역의 고장난 스크린 도어를 혼자서 수리하던 한 비정규직이 목숨을 잃은 사고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후 정규직 직원을 늘리겠다는 서울시장의 발언이 나오자 서울교통공사 측이 직원의 가족과 친·인척을 대거 비정규직으로 취업시켰다가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고용세습 의혹은 인천교통공사 협력업체, 한국가스공사 등 다수의 공공기관으로 확산되고 있다.

탈법적인 고용세습이 지탄받는 것은 공정성을 잃어 사회정의에 반하기 때문이다.

우선, 부정한 고용세습은 망국(亡國)의 아픔을 떠올리게 한다. 망국의 원인 중 하나로 사농공상의 신분제 사회에서 개인의 자유로운 능력 계발과 그 실현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을 들 수 있다. 망국의 경험으로, 제헌 헌법은 전문에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것으로, 앞으로도 포기할 수 없는 국가의 핵심 가치다. 현행 헌법 제11조도 법 앞에 평등을 선언하고, 사회적 신분에 의해 경제적·사회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을 것을 강조하며, 고용세습을 할 수 있는 사회적 특수계급은 어떠한 형태로도 존재할 수 없음을 천명하고 있다.

또한, 고용세습은 불이익을 받는 사람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개성의 발현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 사기업이나 공기업의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고 하더라도 고용을 세습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영전(榮典)을 받아도 본인에게 그친다는 헌법 제11조의 영전 일대의 원칙은 과거 왕조시대의 음서제(蔭敍制) 폐단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당하지 않은 고용세습은 공개 경쟁의 취지에 어긋나고 사회 발전에 역행하며 건전한 국민적 합의를 훼손한다.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정의로운 사회는 고용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한 의혹 없는 선발에 기초해야 한다.

통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과 같은 막강한 상급 단체에 소속된 노조에서 경영 압박을 무기로 사용자 측에 현대판 ‘음서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건전한 고용시장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많은 청년에게 좌절과 분노를 안겨주는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부모들에게 무력감과 위화감(違和感)을 넘어 억장이 무너지게 한다. 특히, 공기업의 고용세습은 국가공무원의 세습제에 버금가는 낭패감을 준다. 이러한 민심(民心)을 읽은 야 3당이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다.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국회는 국정 감시권을 발동해 국민의 의혹과 분노를 해소하고 고용세습의 모순과 폐단을 해결해야 한다. 고용세습과 관련된 부당한 조항은 사기업의 단체협상에 포함할 수 없도록 아예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채용 절차의 공정성과 고용세습의 실태를 제대로 알기 위해 국회의 국정조사는 당연히 필요하다. 국정조사를 충실히 해 고용세습의 폐단을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해야 한다. 필요하면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들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들이 상정돼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국회는 편법적인 고용세습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온 국민이 새로운 기분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책임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