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제주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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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논설위원

지난 19∼21일 사흘 동안 열린 제24회 서귀포칠십리축제 행사 가운데는 제주어 말하기 대회가 있어 뜻있는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제주어가 유네스코의 ‘소멸 위기에 있는 언어’ 5등급 중 맨 끝 단계 직전의 ‘소멸 고비에 처한’ 언어이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피부로 느끼는 주민들의 제주어 사랑은 뜨겁다. 간판의 상호도 ‘뽕그렝이 먹엉갑서, 놀멍쉬멍, 메께라, 곱들락…’ 같이 토박이말로 지은 곳이 많다. 배부르게 먹고 가세요, 놀면서 쉬면서, 어머나, 고운이라는 뜻의 식당과 민박집·가요방·미용실 등의 이름이다. 거리에 즐비한 간판만 보고도 관광객들은 정말 내가 제주에 왔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할 정도다.

제주어에는 몽골어에서 건너온 용어가 많다. 몽골 지배 시기 다루가치의 목마(牧馬) 사업과 그로 인한 몽골어의 영향을 많이 받은 흔적이다. 그 흔적은 털빛이 누런 고라말, 밤색의 구렁말, 흰색의 부루말, 붉은색의 절따말 등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훈민정음 28자 가운데 ‘아래아(·)’ 발음이 나는 것도 제주어의 한 특징이다. 말(馬)과 달(月), 다리(橋)의 모음 ‘ㅏ’는 제주어에서 아래아로 발음된다. 그뿐만이 아니라, 쌍아래아(··) 발음도 살아 있다. 그래서 현행 제주어표기법은 아래아와 쌍아래아를 비롯한 21개의 모음과 된소리를 포함한 17개의 자음으로 적도록 규정한다. 제주어는 훈민정음이 만들어지던 1443년 당시의 음가를 가진 말이 많아 역사성과 음운 구조, 어원 등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제주어를 시공을 뛰어넘는 한국어의 보물 창고라고 하는 이유이다.

제주어의 가치를 선양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제주도는 제주어 발전을 위해 97억6300만 원의 예산을 편성, 2018∼2022년 5년 동안 3개 분야 7개 추진 과제에 쓰기로 했다. 대단하다. 21세기 중에 ‘대다수 언어’가 소멸하고 영어·중국어·스페인어 정도만 살아남을 것이란 주장이 있다. 일본어·독일어 등은 명맥만 유지할 것이라는데, 한국어는 따로 언급이 없다. 소멸 언어로 분류되는 것이다. 제주어 지키기 노력은, 이번 세기 이후에도 한국어가 소멸하지 않고 살아남도록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일깨운다. 인공지능(AI) 시대의 언어 데이터베이스가 될 말뭉치 구축 사업 등 할 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