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의 푸드 X파일>들깨, 불포화지방산 풍부…혈관 건강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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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깨.”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에서 나오는 이 주문(呪文)에서의 깨는 참깨(Open sesame)다. ‘Open perilla’(열려라 들깨)를 외쳤다면 바위문은 절대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참깨와 들깨는 깨란 단어를 공유하지만 엄연히 별개의 식물이다. “들깨가 참깨 보고 짧다고 한다”란 속담도 있다. 참깨가 한반도에 들어오기 전엔 들깨를 깨라고 했다. 나중에 참깨에 밀려 들(野)자가 붙게 됐다는 설이 있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원이 10월의 제철농식품으로 선정한 들깨는 버릴 것이 없는 식물이다. 들깨는 향이 박하와 비슷하다고 해 들깨박하라고도 한다. 바질(basil) 냄새도 난다.

표면은 셀룰로스란 물질로 덮여 있다. 그대로 먹으면 소화되지 않고 체외로 배출된다. “들깨는 그냥 먹지 말고 볶아서 빻아 먹으라”고 권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일단 빻고 나면 산화가 빨리 진행된다. 먹기 직전에 필요한 양만 볶아서 빻는 것이 바람직하다.

들깻가루는 100g당 지방 함량이 40g에 이를 만큼 ‘지방덩이’다. 지방이 많이 들어 있다고 해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이 들깨 지방의 대부분을 차지해서다.

“바다에 참치가 있다면 육지엔 들깨가 있다”는 말이 있다. 둘 다 오메가-3 지방산(불포화지방산의 일종)이 풍부하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과거엔 시집가는 딸에게 깻국을 먹였다. 들깨가 피부 미용에 유익하다고 봐서다. 들깨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이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 피부가 윤택해진다. 들깨에 함유된 로즈마린산·루테올린 등 항산화 성분도 피부 건강을 돕는다. 로즈마린산은 로즈메리·페퍼민트·스피어민트 등 허브에도 들어 있다.

한방에선 들깨를 면역력을 높여주는 식물로 친다. ‘동의보감’엔 “성질이 따뜻하고 독이 없다. 맛이 시고 기(氣)를 내려주며 간(肝)을 보한다. 들깨로 죽을 끓여 먹으면 기운을 돋워주고 몸을 아름답게 가꾸어준다”고 기술돼 있다.

들깻가루는 순댓국과 잘 어울린다. 순댓국에 뿌리면 순댓국의 냄새를 잡아준다. 들깨탕은 기력 보충에 그만이다. 들깨죽은 훌륭한 병후 회복식이다. 들깨를 짜면 들깨(들)기름이 나온다. 들깨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것이 깻묵이다.

들기름엔 알파 리놀렌산(AHA)이 많이 들어 있다. AHA는 체내에 들어온 뒤 EPA·DHA(오메가-3 지방산)로 바뀐다. 최근 미국에선 암 예방 식용유로 아마인유(아마씨유)가 뜨고 있다. 들기름은 아마인유와 닮은 구석이 많다. 식용유 중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은 순서로 랭킹을 매기면 들기름(60%)·아마인유(58%)·콩기름(8.2%)·옥수수기름(1.6%) 순이다(%는 전체 지방 중 오메가-3 지방산의 비율).

들기름도 아킬레스건은 있다. 공기 중에 노출되면 빠르게 산패된다. 이때 유해한 과산화 지질이 생긴다.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들기름을 소비하는 것이 좋은 것은 그래서다. 특히 들기름을 발라 구운 김의 장기 보관은 금물이다. 튀김·볶음 등 고열이 가해지는 요리엔 들기름을 되도록 피한다. 고기를 찍어 먹거나 샐러드 등의 요리에 이용하는 것이 적당하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