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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18년 10월 25일(木)
저 산은 잊으라 하지만 … ‘원정대’는 우리 가슴에 피고 물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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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덕규 작사·작곡 ‘한계령’

‘하늘을 보면/님의 부드러운 고운 미소/가득한 저 하늘에/가을이 오면’(이문세 ‘가을이 오면’ 중). 가을은 오는 걸까. 아니면 우리가 가을을 향해 가는 걸까. 진작에 와 있는데 이제야 알아차린 건 아닐까. 와도 불러주지 않으면 가을은 그냥 지나가고 만다. 그리고 언젠간 부르지 못할 때가 올 거다. 토라진 가을과는 그렇듯 영영 헤어지는 거다.

가을 산행에 단풍을 보는 심사가 편치 않았다. 히말라야 원정대 영결식장에서 울려 퍼진 노래가 상념을 무겁게 눌렀다. ‘저 산은 내게 우지 마라 우지 마라 하고/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내 가슴을 쓸어내리네’(양희은 ‘한계령’ 중). ‘왜 산에 오르느냐’고 묻자 ‘그 답을 찾기 위해 오른다’고 답한 김창호 대장이었다. 이제 그는 답을 찾았을까. 스스로에게 묻는다. ‘왜 그러고 사느냐’. ‘그 답을 찾기 위해 산다’는 경지엔 오르기 힘들 것 같다. 사는 게 힘든 건 우리가 높은 곳을 향해 오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원정대는 남들이 간 등반로를 따라간 게 아니라 새 길을 개척하는 일에 목숨을 걸었다. 그들이 만든 지도 앞에서 묵념의 시간을 갖는다. 이 모양 이 꼴로 살다간 결국 이 모양 이 꼴로 죽게 된다는 자괴감이 내 가슴을 쓸어내린다. 일찍 물든 단풍잎은 어느새 낙엽이 돼 짓밟히고 있다. 지금은 ‘이야기 속의 소년같이 용감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이효석 ‘낙엽을 태우면서’ 중).

▲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한계령’은 정덕수 시인의 원시 ‘한계령에서’를 바탕으로 시인과 촌장의 하덕규(사진)가 작사, 작곡했다. 노랫말마다 시정이 넘쳐 처음엔 시인(詩人)과 촌장인 줄 알았는데 재킷을 보니 시인(市人)과 촌장이었다. 도시의 어둠을 자연의 빛으로 바꾸고 싶었던 걸까. ‘우린 왜 불행할까요’라는 질문에 그는 음악으로 답한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당신의 쉴 곳 없네/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당신의 편할 곳 없네’(‘가시나무’ 중). 왜 이제야 알려주느냐고 되물으면 목회자가 된 그는 숲으로 답을 대신할지도 모른다. ‘저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네/푸르고 푸르던 숲/음 내 어린 날의 눈물 고인 숲’(‘숲’ 중).

음악 동네엔 산길도 있고 꽃길도 있다. ‘그 길을 같이 걸을래/매일 널 설레게 할래’(데이브레이크 ‘꽃길만 걷게 해줄게’ 중). 사노라면 꽃길만 걸을 수 없고 꽃길만 걷게 해줄 수도 없다. 쉬운 길로만 가면 쉬운 사람 된다. 걷던 길로만 가면 보던 길밖에 못 본다. 여기서 퀴즈 하나. ‘가지 말라고 가지 말라고/애원하며 잡았었는데/돌아서던 그 사람은/무정했던 당신이지요’.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의 제목을 안다면 그대는 조용필의 팬이라 할 만하다. 정답은 ‘잊혀진 사랑’이다. 이어지는 두 번째 문제.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10월의 마지막 밤을’. 이맘때 라디오에서 즐겨 틀어주는 노래다. 가수 이용은 이 노래 덕분에 10월이 가장 바쁘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가사와 멜로디는 따라 해도 노래의 제목을 아는 이가 의외로 드물다. ‘10월의 마지막 밤’으로 아는 사람도 적잖다. 정답은 ‘잊혀진 계절’이다. 마지막 가사가 비장하다.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사랑도 잊히고 계절도 잊힌다. 하지만 이룰 수 없는 꿈 하나씩은 누구나 품고 산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견딜 수 없는 슬픔을 견디며/용감한 사람들도 가보지 못한 곳을 향해 달려가는’(뮤지컬 ‘맨 오브 라 만차’ 중). 그 사람은 누구인가. 여름을 뜨겁게 보낸 자만이 서늘한 가을을 맞을 수 있다. 10월의 마지막 밤이 지나면 11월의 첫 새벽이다. 하덕규 목사는 노래한다. ‘세상 풍경 중에서/제일 아름다운 풍경/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풍경’ 중). 돌아보니 원정대는 죽지 않았다. 매년 한계령에 단풍이 오듯이 우리 가슴속에서 계속 피고 물들 것이기 때문이다.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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