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1.24 목요일
전광판
Hot Click
방송·연예
[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18년 10월 25일(木)
저 산은 잊으라 하지만 … ‘원정대’는 우리 가슴에 피고 물들 것이다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하덕규 작사·작곡 ‘한계령’

‘하늘을 보면/님의 부드러운 고운 미소/가득한 저 하늘에/가을이 오면’(이문세 ‘가을이 오면’ 중). 가을은 오는 걸까. 아니면 우리가 가을을 향해 가는 걸까. 진작에 와 있는데 이제야 알아차린 건 아닐까. 와도 불러주지 않으면 가을은 그냥 지나가고 만다. 그리고 언젠간 부르지 못할 때가 올 거다. 토라진 가을과는 그렇듯 영영 헤어지는 거다.

가을 산행에 단풍을 보는 심사가 편치 않았다. 히말라야 원정대 영결식장에서 울려 퍼진 노래가 상념을 무겁게 눌렀다. ‘저 산은 내게 우지 마라 우지 마라 하고/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내 가슴을 쓸어내리네’(양희은 ‘한계령’ 중). ‘왜 산에 오르느냐’고 묻자 ‘그 답을 찾기 위해 오른다’고 답한 김창호 대장이었다. 이제 그는 답을 찾았을까. 스스로에게 묻는다. ‘왜 그러고 사느냐’. ‘그 답을 찾기 위해 산다’는 경지엔 오르기 힘들 것 같다. 사는 게 힘든 건 우리가 높은 곳을 향해 오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원정대는 남들이 간 등반로를 따라간 게 아니라 새 길을 개척하는 일에 목숨을 걸었다. 그들이 만든 지도 앞에서 묵념의 시간을 갖는다. 이 모양 이 꼴로 살다간 결국 이 모양 이 꼴로 죽게 된다는 자괴감이 내 가슴을 쓸어내린다. 일찍 물든 단풍잎은 어느새 낙엽이 돼 짓밟히고 있다. 지금은 ‘이야기 속의 소년같이 용감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이효석 ‘낙엽을 태우면서’ 중).

▲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한계령’은 정덕수 시인의 원시 ‘한계령에서’를 바탕으로 시인과 촌장의 하덕규(사진)가 작사, 작곡했다. 노랫말마다 시정이 넘쳐 처음엔 시인(詩人)과 촌장인 줄 알았는데 재킷을 보니 시인(市人)과 촌장이었다. 도시의 어둠을 자연의 빛으로 바꾸고 싶었던 걸까. ‘우린 왜 불행할까요’라는 질문에 그는 음악으로 답한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당신의 쉴 곳 없네/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당신의 편할 곳 없네’(‘가시나무’ 중). 왜 이제야 알려주느냐고 되물으면 목회자가 된 그는 숲으로 답을 대신할지도 모른다. ‘저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네/푸르고 푸르던 숲/음 내 어린 날의 눈물 고인 숲’(‘숲’ 중).

음악 동네엔 산길도 있고 꽃길도 있다. ‘그 길을 같이 걸을래/매일 널 설레게 할래’(데이브레이크 ‘꽃길만 걷게 해줄게’ 중). 사노라면 꽃길만 걸을 수 없고 꽃길만 걷게 해줄 수도 없다. 쉬운 길로만 가면 쉬운 사람 된다. 걷던 길로만 가면 보던 길밖에 못 본다. 여기서 퀴즈 하나. ‘가지 말라고 가지 말라고/애원하며 잡았었는데/돌아서던 그 사람은/무정했던 당신이지요’.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의 제목을 안다면 그대는 조용필의 팬이라 할 만하다. 정답은 ‘잊혀진 사랑’이다. 이어지는 두 번째 문제.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10월의 마지막 밤을’. 이맘때 라디오에서 즐겨 틀어주는 노래다. 가수 이용은 이 노래 덕분에 10월이 가장 바쁘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가사와 멜로디는 따라 해도 노래의 제목을 아는 이가 의외로 드물다. ‘10월의 마지막 밤’으로 아는 사람도 적잖다. 정답은 ‘잊혀진 계절’이다. 마지막 가사가 비장하다.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사랑도 잊히고 계절도 잊힌다. 하지만 이룰 수 없는 꿈 하나씩은 누구나 품고 산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견딜 수 없는 슬픔을 견디며/용감한 사람들도 가보지 못한 곳을 향해 달려가는’(뮤지컬 ‘맨 오브 라 만차’ 중). 그 사람은 누구인가. 여름을 뜨겁게 보낸 자만이 서늘한 가을을 맞을 수 있다. 10월의 마지막 밤이 지나면 11월의 첫 새벽이다. 하덕규 목사는 노래한다. ‘세상 풍경 중에서/제일 아름다운 풍경/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풍경’ 중). 돌아보니 원정대는 죽지 않았다. 매년 한계령에 단풍이 오듯이 우리 가슴속에서 계속 피고 물들 것이기 때문이다.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 많이 본 기사 ]
▶ ‘식물인간 환자 성폭행 출산’ 男간호조무사 체포
▶ “손혜원, 의원 임기 끝나면 문화재청장 할거라 큰소리”
▶ 예천 야산서 60대 남성 멧돼지에 물려 숨진 채 발견
▶ 자충수 된 손혜원의 SNS… 쏟아낸 글이 의혹제기 근거로
▶ ‘北 암살전문 특수작전부대’ 美특수부대의 4배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교복이 음란한 상상 유발” 인천서 또 스쿨미투인천 한 사립여고에서 교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또다시..
mark자충수 된 손혜원의 SNS… 쏟아낸 글이 의혹제기 근거로
mark‘北 암살전문 특수작전부대’ 美특수부대의 4배
“손혜원, 의원 임기 끝나면 문화재청장 할거라 큰소..
‘식물인간 환자 성폭행 출산’ 男간호조무사 체포
서울 표준주택 공시가 17.75% 올라…전국 평균 상..
line
special news 서수민 PD측 “靑 의전비서관 제안받았지만 고사..
‘개그콘서트’ 연출로 유명한 서수민 전 KBS PD 측이 청와대 의전비서관 후임을 제안받은 것은 사실이지..

line
김병준 “황교안 대표되면 총선 걱정”… ‘불출마’ 공..
수의입은 前수장, 고개숙인 現수장… 사법부 ‘치욕..
‘주한미군 감축’ 트럼프 의지만으로 충분히 가능
photo_news
‘해외 원정도박’ S.E.S 슈, 첫 재판…“혐의 모두..
photo_news
다운증후군 여성, 화장품 회사 모델이 되다
line
[주철환의 음악동네]
illust
가장 높은 곳을 향한 끝없는 이기심… “이게 정말 사실일까”
[인터넷 유머]
mark정치인의 성적표 mark교황님의 운전
topnew_title
number 예천 야산서 60대 남성 멧돼지에 물려 숨진..
“교수님과 잤다” 간호학과 동기 모함한 20대..
서울서 일가족 4명 숨진 채 발견…“극단적 선..
“남들에게 없는 흉터, 고유하다는 자부심 가..
“불안·외로움서 날 건져준 당선… 이제 뚜벅..
hot_photo
블랙핑크 제니 ‘거부할 수 없는 매..
hot_photo
김진수, 임신한 아내를 위한 세레..
hot_photo
브래드 피트♡샤를리즈 테런…톱..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