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우리, 행복한 어린이>장학금으로, 끼 살리기로 ‘25년 후원’… “모두 내 손주같은 애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황인구 천일신약·천일약업 회장이 1억 원 이상 후원자 모임인 그린노블클럽에 가입한 후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기부와 나눔문화에 대한 확고한 실행 의지를 다시 확인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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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태백회’만들어
강원지역 어려운 학생들 도와

해마다‘청소년 가요제’열어
노래·춤 재능 있는 학생 발굴
올핸 다문화가정 집수리 봉사

“좌우명은 ‘주는 것이 더 보람’
앞으론 북녘애들도 돕고싶어”

“제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어린이들을 보살피겠다는 생각에서 결심했습니다. 평소에도 봉사는 해왔지만, 마침 기회가 주어진 듯싶어 결정했지요.” 글로벌 아동복지전문기관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는 ‘그린노블클럽’ 시스템이 있다. 어린이재단의 1억 원 이상 후원자 모임으로 아동 대상으로는 전국 유일의 고액 후원 클럽이다. 10월 현재 138명이 가입했다. 1억 원 이상을 일시 후원하거나 5년 내 분할 후원하면 자격이 주어진다. 이 클럽에 강원지역에서는 처음으로 가입자가 나왔다. 황인구(71) 천일신약·천일약업 회장이 주인공.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창립 70주년을 기념한 ‘제7회 초록우산 나눔음악회’에서 이제훈 재단 회장, 최불암 전국후원회장과 함께 클럽에 가입하며 위촉식을 한 황 회장은 담담하면서도 때론 강원 방언이 낀 정감있는 목소리로 이 같은 소감을 전했다.
황 회장의 봉사·기부·나눔 정신이 더 돋보이는 것은 20여 년 넘게 불우 어린이들에게 착근해온 그의 애틋함 때문이다. 강원 평창이 고향인 그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나눔 활동은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서울에서 강원도 출신 사업가들끼리 만났는데 같은 직종이나 업에 있는 이들이 조직을 만들어 도내 형편이 어려운 학생, 학교에 도움을 주자고 뜻을 모았어요. ‘태백회’란 모임입니다. 취약한 시골 학교 아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여 왔죠.” 일부 알려진 대로 태백회가 내민 온정의 손길, 장학금은 강원 도내에서 닿지 않은 곳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유치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고향 일이라면 팔을 걷어붙이는 성격임을 알 수 있다. “올림픽 유치나 대회 모두 성공적으로 끝나 더없이 뿌듯하다”고 돌이켰다.

그의 봉사 궤적에는 또 하나 눈여겨볼 단체가 있다. 경찰청 허가 사단법인으로 1964년 창립해 ‘청소년과 함께 밝은 미래를 향하여’란 슬로건을 걸고 청소년활동보호·복지사업을 펴오고 있는 사단법인 한국청소년육성회다. 황 회장은 지난 2000년에 부총재로 한국청소년육성회에 몸을 담아 사단법인 및 전국조직화를 추진해 외연 확장과 질적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 강원 원주에 가장 먼저 조직을 꾸리는 등 제 일처럼 뛰었다.

“마침 지난 21일 청소년육성회에서 주최하는 ‘청소년가요제’가 강원 원주에서 있었어요. 제가 신경을 써서 2001년부터 17년째 이어오고 있는 행사입니다. 중학생, 고등학생 중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끼와 재능이 있는 친구들을 발굴해 육성, 격려하자는 것인데 아주 호응이 좋아요. 각종 표창에 경품권, 상금, 선물도 듬뿍 줍니다.”

그는 이 대목에서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천생 아이들이 좋아 함께 가야 할 동반자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강하게 와 닿았다. 25년가량 나눔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낀 일은 셀 수 없다. 한번은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연말에 편지를 보내왔다. 사연을 읽어보니 뭉클했다. 학생의 부친이 장학금을 받은 직후 경운기 사고로 입원했는데 모친에게 “장학금을 병원비로 쓰겠다”고 했더니 “너를 위해 쓰라고 다들 뜻을 모아 준 돈인데 함부로 못 쓴다”고 반대했다고 한다. 황 회장은 “크진 않아도 사람의 마음을 서로 여는 의미 있는 돈이란 생각에 감명이 깊었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강원 인제에서 한 주민이 캄보디아 출신 부인과 여섯 살 된 아이만 남겨 놓고 세상을 떠났다. 앞서 지난해 2월부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강원도 후원회장에 취임해 집수리 봉사 등을 추진하는 등 아동들이 더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지내도록 애써온 황 회장은 모자를 위해 재단과 함께 새집을 지어줬다. 그 보람과 기쁨도 컸다고 했다. 평소에도 늘 관심을 기울이고 해왔던 일이지만 마지막으로 손자, 손녀를 돌본다는 생각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아동들을 돌봐야겠다는 마음을 더 굳히게 됐다.

인터뷰하던 날은 재단 강원도 후원회 관계자들과 즐거운 점심을 했다. 후원회 보고를 받아보니 오는 11월 19일 원주시청에서 진행하는 음악회를 앞두고 1만 원, 2만 원씩 후원하겠다는 이들이 3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강원도가 어린이 사랑에서 모범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절로 흥이 났다.

“목돈으로 기부하려면 쉽지 않잖아요. 이런 작은 기부가 더 의미 있지요. 사실 요즘 경기도 좋지 않고 기부포비아(공포증)후유증도 해소되지 않아서인지 기부문화가 위축돼 있습니다. 실제 주위에도 기부를 권유하면 ‘경제도 별로인데, 조금 더 생각해 보자’는 반응이 적지 않아요. 어디 가서 기부하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죠. 그렇지만 소중한 나눔만큼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제가 늘 친구, 지인들한테 ‘기부하면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보람이 있다고 하더라. 한번 느껴 보라’고 얘기하는 배경이기도 하지요.”

황 회장은 사업을 하거나 봉사를 하면서도 ‘늘 최선을 다하자, 그러면 성공하고 복이 온다’는 소신이 있었다. 그래야 사업 운도 풀리고 승진도 하고 보수도 올라간다고 후배, 직원들에게 당부해 왔다. 이젠 사업을 대부분 위임한 아들에게도 강조하는 경영철학이자 인생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그는 “주위에선 저한테 성공했다고 말하는데 그보다는 최선을 다했고, 그래서 오늘날 기부하고 아동의 처지를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앞으로 통일이 되면 국내외 아동뿐 아니라 여러 번 다녀온 북녘의 어린이들도 같은 동포로서 돕고 싶다는 계획도 피력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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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우리, 행복한 어린이 '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