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진행 빠른 뒤 팀 먼저 가도록 외국처럼 ‘패스 문화’정착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장지훈 마이골프스파이코리아 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협력업체에서 드라이버 테스트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장지훈 ㈜마이골프스파이코리아 대표

초등교 시절 가족 캐나다 이민
中2때 입문 매일 2라운드 연습
고교땐 5언더 생애 최저타 작성
명문大 골프특기생 낙방 첫 쓴맛

선수 꿈 접고 귀국 영어 강사로
‘장비病’있어 골프용품사업 시작
“호화로운 클럽하우스와 캐디…
아직도 한국 골프문화 낯설어”

장지훈(46) ㈜마이골프스파이코리아 대표는 한때 강남에서 유명 영어학원 강사였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의 손으로 골프용품을 테스트하며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골프 비즈니스맨으로 변신했다.

미국의 골프용품을 테스트하는 골프스파이사의 한국 사이트를 운영 중인 장 대표를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협력업체 사무실에서 만났다. 장 대표는 그동안 골프채나 용품에 호기심이 많아 이것저것 사 모으는 ‘장비병’이 있었다. 우연히 골프용품 테스트 평가 전문 사이트를 알게 됐다. 그동안 용품을 사려고 인터넷을 뒤져도 제조사가 만든 자료나 특정 브랜드의 팬이 만든 블로거들의 평가를 접했던 게 고작이었다. 장 대표는 일본의 한 골프용품 전시회에 참가해 이 회사 관계자를 만나 한국에서 사이트 운영 제안을 받았다. 이 회사가 테스트를 앞두고, 해당 기업의 입김을 배제하기 위해 광고나 협찬을 거부한다는 사실도 마음에 들었다. 장 대표는 “골프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100% 팩트’를 근거로 제공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우수한 성능과 경쟁력을 갖추고도 소비자에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국내 중소기업에 도움을 주고, 한국 골프 산업을 해외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주니어선수 출신으로 한때 프로골퍼의 꿈을 꾸기도 했다는 장 대표의 구력은 30년을 훌쩍 넘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 시절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 갔다. 대학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17년 동안 캐나다 앨버타와 밴쿠버 지역에서 살았다. 학창시절 농구, 태권도, 테니스를 즐겼다는 장 대표는 1987년 중학교 2학년 때 부친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다. 외국에서는 어렸을 때 여러 스포츠를 고루 경험하면서 특기를 살리는 경우가 많은 편. 소질 있다고 생각되면 대학 진학 때 한 종목에 집중해 선수 생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어렸을 때부터 한 종목에만 집중하는 것과 다르다.

장 대표는 캐나다에서 집 주변 골프장을 자주 다녔다. 캐나다는 장 대표와 같은 학생 선수가 골프연습을 하는 데 천국이었다. 골프장은 정규 멤버십과는 달리 주니어용 멤버십을 1년에 99달러만 내면 언제라도 이용하도록 배려했다. 회원들이 몰리는 ‘피크 타임’만 피하면 언제라도 골프를 칠 수 있었다. 새벽에 18홀 돌고, 점심 먹고 퍼팅과 쇼트게임 연습하고, 오후에 다시 18홀을 돌았다. 이렇게 하니 몇 개월 만에 스크래치 골퍼가 됐다. 장 대표는 “골프장에서 마음껏 연습할 수 있다 보니 즐기면서 골프에 빠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들에게서 자연스레 창의적인 샷과 골프가 나오는 것도 이처럼 어렸을 때부터 나무를 넘기는 샷을 하거나 코스 내 다양한 상황에서의 쇼트게임을 통해 스크램블 능력을 높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에서처럼 똑바로 치는 스윙만 연습하면 바람 안 불고 곧게 뻗은 코스에서는 잘 칠 수 있다. 하지만 페블비치나 스코틀랜드에서처럼 바람이 많은 코스나 여러 트러블이 도사린 곳에서는 정작 창의적인 샷이 필요할 때 어려움이 따른다는 얘기.

장 대표는 고등학생이던 1990∼1991년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대항 골프대회에 출전해 팀 우승을 견인하기도 했다. 이때 작성했던 5언더파 67타가 지금까지 베스트 스코어다. 지역에서 골프깨나 치는 신동이었지만, 처음 좌절을 맛본 것도 골프 때문이었다. 졸업을 앞두고 가족 몰래 미국 오하이오주의 오하이오대에 골프특기생으로 지원했다. 그러나 보기 좋게 미역국을 먹었다. 오하이오대는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에서도 알아주는 ‘골프 명문’이었다. 잭 니클라우스가 이 대학에서 골프선수로 활동했다. 공식 핸디캡이 0이었던 장 대표가 탈락한 것은 기량 차이 때문. 이 대학의 골프특기생 평균 핸디캡 2.5∼3.0에 비해 수준이 떨어진다는 게 대학 측 설명이었다. 타이거 우즈가 아마추어 시절 핸디캡 +6, 즉 평균 6언더파를 쳤으니 장 대표와 같은 이븐파 수준의 기량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얘기였다. 장 대표는 “골프는 칠 만큼 쳤으니 이제 공부를 해야겠다”며 위안을 삼고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 입학했다. 물론 대학 생활 때에는 골프를 취미로만 즐겼다.

장 대표는 대학원 진학 직전 머리를 식히려 잠시 국내에 들어왔지만 한국이 좋아 그대로 눌러앉았다. 국내에서 영어학원 강사와 모 경제일간지에서 영어신문 편집을 맡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때가 외환위기 직전이었다. 당시 국내에서 가장 큰 어학원이던 청담어학원에서 대표를 보필하는 업무를 맡았고, 증시에 상장하기까지 임원을 지냈다. 어학원 프랜차이즈점 2∼3곳을 운영했고 3년 전 회사를 그만뒀다. 회사에서 받은 주식을 정리하고 캐나다로 돌아갔지만 1년여 만에 ‘새 비즈니스’를 들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캐나다 브랜드인 ‘2언더’라는 기능성 속옷을 수입했다. 골프를 주로 날씨가 더운 곳에서 치기 때문에 남성의 주요 부위를 2도가량 낮춰 주는 기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이름 지어진 브랜드였고, PGA투어의 유명선수들이 착용하면서 유명해졌다.

외국 골프문화를 오래 접했던 장 대표는 “아직도 한국 골프문화가 낯설 때가 많다”면서 “적절한 선에서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평했다. 호화롭게 지어진 클럽하우스는 정작 골프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지만 비싼 비용의 한 원인이고, 사전에 팀원을 모으고 예약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또 늘 캐디를 동반해야 하고, 특히 뒤 팀에 대한 패스 문화가 없어 아쉽다는 것. 마치 도로에서 차를 안 끼워주려고 하듯, 코스에서 진행 빠른 뒤 팀이 매홀 기다리면 서로 불편한 법도 하지만 추월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장 대표는 “종합적인 한국 골프에 대해 평가하는 사이트를 만들고 싶은 게 꿈”이며 “골프는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정직하게 대하는 스포츠이기에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즐거운 골프를 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