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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도운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10월 26일(金)
다시 反美 불 지피려는 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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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남북 양쪽서 現狀 타파 움직임
北, 정전체제 허물기 시도에
南, 유엔·美 제재 완화 작업

비핵화 없으면 제재 못 풀어
경협 무산 책임 美에 떠넘겨도
‘反美의 촛불’은 외면당할 것


휴전선의 북과 남에서 ‘현상(現狀)’을 타파하려는 시도가 동시에 시작됐다. 북쪽에서는 김정은 정권이 65년 ‘정전 체제’ 허물기에 들어갔다.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종전선언을 요구해왔다. 목표는 세 가지였다.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유엔군사령부 해체, 주한미군 철수. 그걸 간파한 미국이 응하지 않자 북한은 전략을 바꿨다. 종전선언을 기다리지 않고 그냥 밀어붙이는 것이다.

NLL 무력화는 9·19 남북 군사합의를 통해 거의 이뤄지고 있다. NLL이 ‘완충 수역’에 덮이면서 북 선박이 수도권 옆구리까지 내려오고, 서해 5도에서는 방어 훈련도 할 수 없게 됐다. 유엔 주재 북한대사관의 김인철 서기관은 지난 12일 열린 유엔총회 제6위원회에서 “유엔사는 괴물 같은 조직”이라며 해체를 촉구했다. 남북은 군사회담을 통해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 철수,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등 유엔사와 관련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유엔사가 없어지면 평시에 미군 간섭을 받지 않고 남측 ‘무장 해제’ 조치들을 훨씬 더 노골적으로 할 수 있다고 북한은 기대할 것이다.

북한은 2016년 발표한 비핵화 5대 전제조건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앞서 말한 제6위원회 연설에서도 김 서기관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한미군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굳이 앞장서 반대할 필요도 없다. ‘정치적 선언’이라지만, 종전선언 비슷한 것만 나와도 한국 내 반미단체들이 일제히 거리로 나와 주한미군 철수를 외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2차 회담이 내년으로 미뤄졌다. 언제 열릴지도 불투명하다. 김정은은 핵을 포기할 뜻이 없고, 트럼프는 제재를 해제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트럼프는 상황 관리만 하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금융·인터넷·군사 충돌이 끝날 시점에 한반도 문제도 결정할 것으로 미·중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북한도 안다. 어차피 ‘사실상 핵보유국’의 길을 가고 있다. 비핵화 협상 따위는 안 해도 그만이고, 무슨 수를 쓰더라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의 경제 제재만 해제하게 만들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휴전선 남쪽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본격적인 대북 제재 완화 작업에 들어갔다. 유럽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대놓고 제재 완화 동참을 요청했다. 유럽 지도자들이 면전에서 거부하면서 외교 사고(事故)라는 평가도 나왔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문 정부는 한때 국제 제재를 무시하고 개성공단·금강산 등 남북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방안도 생각했던 것 같다. 청와대는 지난 8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등의 제재 위반 가능성을 묻자 “큰 물줄기가 형성돼 도도하게 흘러가는데, 제재 위반은 큰 걸림돌이나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이 한국 기업·정부도 제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문 정부는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 결의 문안을 자세히 분석하면서 ‘빠져나갈 구멍(loophole)’을 찾고 있는 것 같다. 방코델타아시아에 묶였던 북한 자금을 돌려줄 때 ‘중앙은행은 제재에서 예외’라는 단서 조항을 찾아냈던 전례를 따르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미국과 유엔에 남북 경협 건건마다 예외 인정을 요구하려는 것 같다. 그런 시도는 성공하기 어렵고, 오히려 미·유엔과의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반미(反美) 시위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시위대가 미국대사관 앞에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인형을 ‘교수형’에 처하는 퍼포먼스를 한 뒤 “대통령이 앞장서 주한미군 철수시키자”는 구호를 외쳤다. 23일 인천에서는 맥아더 장군 동상 ‘화형식’이 열렸다. 대북 제재로 경협이 좌절되면 미국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반미 촛불 시위가 확산될거란 우려가 나온다.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지만, 김정은의 서울 방문이 성사된다면 반미·친북 시위는 최고조에 오를 수도 있다. 서울 광장에 인공기가 꽤 많이 보일 것 같다.

반미 시위로, 누가 이익을 얻을 것인가(Qui bono)? 반미 시위는 역설적으로 우리 국민이 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경제와 안보의 미래를 북한과 함께할 것인가, 국제사회와 함께할 것인가. 결국 ‘반미의 촛불’은 외면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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