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저작권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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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원숭이가 사람의 카메라를 빼앗아 찍은 ‘셀카’ 사진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반전을 거듭한 끝에 지난 4월 미국 법원이 ‘동물에겐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사건의 발단은 영국의 한 사진작가가 지난 2011년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던 중 한 원숭이에게 카메라를 빼앗겼다. 원숭이는 이 카메라로 수백 장의 셀카를 찍었고, 이 중 일부는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그러자 작가와 동물보호단체 간 저작권 소유 분쟁이 일어났고, 법원은 작가의 손을 들어 주었다.

지난 2005년까지만 해도 기관 등이 공개적 장소에서 애국가를 틀 때 저작권료를 내야 했다. 애국가 저작권이 작곡가 고 안익태 선생의 유족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작권료 논란이 일면서 애국가를 바꾸자는 여론이 들끓자 안익태 선생 유족이 2005년 저작권을 국가에 기증해 지금은 안심하고 틀 수 있게 됐다. 흔히, 기증한다고 하면 돈이나 물건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저작권을 기증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저작권 나눔은 자신이 창작한 저작물을 다른 이들이 저작권료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에 기증하는 것을 말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2016년부터 저작권 기증 연중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기증받아 국민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애국가 기증이 계기가 됐다. 최근 신미숙 다큐멘터리 사진작가가 사진 138점, 진주교육대 미술교육학과 윤쌍웅 교수가 미술작품 515점에 대한 저작권 기증에 동참했다. 손글씨 기증도 활발하다. 이미 김훈 작가와 고 신영복 교수의 손글씨로 만든 폰트가 각각 ‘김훈체’ ‘신영복체’로 개발돼 이용되고 있다. 박경리 작가의 손글씨도 토지문학관으로부터 기증받아 폰트로 개발 중이고, 내달 말 공개될 예정이다.

창작은 또 다른 창작을 만들어 내는 원천이다. 기증자의 저작물은 창작자에게 영감을 주기 때문에, 단순한 나눔이 아니라 가치 재생산의 마중물이 된다. 그런 점에서 돈이나 물건보다 더 값어치가 크다. 따라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나눔 저작물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기증을 유도하기 위한 보상책과 활용 방안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 나눔 운동이 더욱 확산해 한국이 문화콘텐츠 강국이 되는 데 기여하길 기대한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