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코앞서 압박하는 나토, 냉전이후 최대 규모 군사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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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7일까지 발트해 인근서
非가입 스웨덴 · 핀란드 참여
‘美-러 새로운 군비경쟁’우려

유럽과 북미지역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10월 25일부터 오는 11월 7일까지 2주간 노르웨이와 북대서양, 발트 해에서 냉전 종식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훈련을 실시한다. 특히 미국의 항공모함이 30년 만에 모스크바의 뒷덜미나 다를 바 없는 북극해에서 훈련을 실시해 러시아의 심기를 크게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25일 브뤼셀 나토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8 트라이던트 정처 훈련’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번 훈련에 대해 “냉전 종식 이후 최대 규모의 나토 군사훈련”이라고 소개한 뒤 “이번 훈련은 나토의 능력과 (유럽과 북미 안보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우리의 의지를 강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가 냉전 종식 이후 최대 규모 군사훈련에 나섬에 따라 과거 냉전 시대처럼 서방과 러시아 간 군사적 긴장을 불러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훈련에는 미국을 주축으로 29개 나토 회원국과 나토의 파트너인 스웨덴과 핀란드 등 모두 31개국에서 5만여 명의 병력이 참가하며, 미 항공모함 해리 트루먼호(CVN-75) 등 함정 65대와 항공기 250대 등이 동원된다. 미국 항공모함이 북극해 지역으로 전개하는 것은 30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훈련은 러시아가 서쪽 지역으로 병력을 전개할 경우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다. 나토 측은 “철저하게 방어적인 훈련으로 러시아를 포함해 유럽안보협력기구 회원국에 참관단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미 해군 유럽함대 사령관인 제임스 포고 3세 제독도 “이번 훈련은 러시아를 협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 내부에서는 군사작전상 서진(西進) 방향인 발트 해 인근에서 훈련이 이뤄지는 만큼 대립과 긴장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나토 회원국 사이에서도 2014년 크림반도 합병과 올해 3월 영국 스크리팔 부녀 테러사건 등으로 러시아에 대한 경계심이 고조되는 상태다.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이 지난 1987년 체결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러시아가 위반하고 있다고 보고 최근 INF 조약 탈퇴 의사를 밝혀 미·러 간 새로운 군비경쟁에 돌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이 INF 탈퇴 후 유럽에 미사일을 배치하면 똑같이 대응하겠다”고 공언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그동안 나토 비가입국이었던 스웨덴과 핀란드 및 발트 해 연안 국가들의 훈련 참가가 향후 발트 해 인근 정세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의 직접적인 군사적 압박을 받을 수 있는 국가들이 가까운 러시아를 자극해가면서 이번 훈련에 참여했다는 게 러시아에 중요한 메시지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나토의 군사적·정치적 행동은 러시아의 인접지역에서 이뤄지는 활동임에도 사전 통보가 전혀 되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