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車산업 위기, 低생산성 극복과 기술 혁신으로 넘어야

한국경제 성장의 든든한 버팀목이던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깊어가고 있다. 완성차 업체는 후진하고, 부품업체는 주저앉고, 일자리는 줄고 있다. 25일 나온 국내 1위 자동차 업체 현대자동차의 3분기 실적은 사상 최악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2889억 원으로 1년 전보다 76% 급락하면서, 새로운 회계기준이 적용된 2010년 이후 최저였다. 영업이익률은 1.2%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 이전 1조 원대 영업이익, 5%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내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그나마 나은 실적을 내오던 현대차가 이럴 정도면 여타 4개 완성차 업체 사정은 불문가지다. 1∼3분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89만여 대로 전년 동기 대비 8.4% 줄었다. 이 추세면 지난 2007년 409만 대를 기록한 이후 11년 만에 처음 400만 대 밑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2004년 이후 지켜오던 자동차 생산국 세계 5위 자리는 2016년 인도에 넘겨줬고, 올해는 멕시코에도 밀릴 수 있다. 한국차의 위상이 10년 이상 과거로 후퇴하는 셈이다. 완성차 부진은 부품업계에 더 큰 충격으로 덮친다. 완성차 업체의 1차 부품 협력 상장사 89곳 중 42곳이 올 1분기 영업적자였다. 급기야 부품업계는 이런 상황에선 내년 상반기 줄도산을 피할 수 없다며 정부에 3조 원대 긴급자금 수혈을 요청했다. 부품 2만 개로 얽힌 자동차 생태계는 한 번 무너지면 회복이 어렵다.

자동차업계의 앞날은 설상가상이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가는 와중에 9월 세계 3대 시장인 미국·중국·유럽 자동차 판매가 일제히 감소했다. 자율주행차로 대표되는 신기술에서도 글로벌 경쟁사에 뒤진 처지다. 더 큰 난관은 고임금·저(低)생산성이란 한국 차(車)산업의 고질이다. 토요타·폭스바겐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는 7∼8%인데, 현대차는 15%에 이른다. 강성 노조의 위세에 올려준 임금만큼 연구·개발(R&D) 여력은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표류가 이를 상징한다. 전후방 산업·고용 연관 효과가 큰 차산업이 흔들리면 그 여파는 클 수밖에 없다. 자동차 기술력은 그 나라 제조업 수준을 말해주고, 자동차 브랜드는 그 자체로 국가 홍보물도 된다. 저생산성을 극복하고 기술 혁신에 매진하는 일이 절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