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성사무소 100億’ 세부 내역 안 밝히면 의혹 더 커진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보수에 97억 원, 남북 경협기업 피해 보전 명목으로 1228억 원 등 남북협력기금이 주먹구구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남북협력기금은 대부분이 정부 출연금, 즉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다는 점에서 국가 예산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부 일반회계나 특별회계와 달리 통일부가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국회의 직접 통제에서도 벗어나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런 맹점을 이용한 자의적 운용 및 지출 움직임이 노골화하고 있어 더 엄정한 감시와 강력한 통제가 시급해졌다.

특히,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보수 비용으로 100억 원 가까운 비용이 지출된 사실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다. 2005년 80억 원을 들여 만든 4층짜리 건물의 개·보수에 97억8000만 원이나 들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인터넷 공간에는 찬반 의견 참여자들의 99% 정도가 의혹을 제기하는 실정이다. 초호화 호텔급으로 만들었느냐, 개·보수 업자가 떼돈 벌었지 않을까 등의 주장에 더해 심지어 누군가 빼돌린 것 아니냐, 어떤 식으로든 북한 측에 넘어간 것 아니냐는 억측까지 떠돈다. 통일부는 한국 근로자들이 북한에 상주하면서 공사를 해 인건비가 비쌌고, 현지 공사 관련 인프라가 미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번 지출 과정이 사후 의결이란 편법으로 이뤄진 것도 심각한 문제다. 기금운용계획은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이 기구는 지난 7월 16일 8600만 원에 대해서만 사전 심의·의결했으며, 지출 심의도 서면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교추협 구성도 ‘거수기’ 비판을 받을 정도이다. 추후 문제가 생기면 교추협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통일부는 지난 9월에도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과 2010년 5·24조치로 피해를 본 남북경협 관련 기업 95개에 1228억4500만 원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사실상 ‘국가 배상’ 성격이었다. 법원은 정부 책임을 인정해 달라는 소송에 이미 2011년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고 판결했다. 정부가 이런 지출에 대해 명명백백히 밝히지 않으면 의혹은 더 커진다.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리지 않으면 국민에 대한 배임(背任)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