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文정부, 北인권 더 외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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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前 외교부 인권대사

북한 인권 문제가 다시금 국제사회의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내에서 이 사안이 ‘미운 오리 새끼’처럼 취급받고 북한인권운동이 대폭 위축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제사회는 인류 보편의 가치 실현에 관심을 갖고 있고, 이를 위한 국제 협력을 모색하는 사회이니만큼 북한 인권 문제 제기와 그 해결 노력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유럽의회 내 초당파 의원 단체인 ‘종교, 신앙의 자유와 종교적 관용’은 지난 9월 발표한 ‘2017 연례 보고서’에서 북한을 국가의 사상과 개인숭배에 반하는 어떤 신앙 표현도 강력하게 처벌하는 ‘최악의 종교 자유 침해국’ 11개국(중국, 이란, 이집트,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의 하나로 꼽았다. 이 보고서는 “평양에 기독교 교회 5곳이 있지만, 이들의 활동은 북한 정부에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면서 “이 다섯 교회 밖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붙잡힌 사람들은 수감과 고문 등 가혹한 처벌 대상이 된다”고 고발했다.

한편, 북한을 방문했다가 2017년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난 뒤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인이 식중독이라던 북한 주장과 달리 치아에 물리력이 가해졌다는 의학적 소견이 지난 10일 미 연방법원에 제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치과의사로 활동하는 타드 윌리엄스 박사는 진술서에서 “웜비어 부검 당시 스캔 촬영본을 확인한 결과 24, 25번 치아가 치조골 중심에 자리하지 않았다”며 “치아에 물리력이 가해졌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웜비어가 폭력이나 구타, 고문에 노출됐던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런 와중에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2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자 설명회에서 “미국과 한국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은 데 우려한다”면서 “안보·평화 등에 관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북한 인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 수감시설에서 학대가 자행되고 있고 정치범수용소도 여전히 존재한다”며 인권유린의 책임을 규명하고 처벌하는 작업은 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현재 유럽연합(EU)과 일본은 공동으로 새로운 북한 인권결의안을 작성 중이다. 오는 31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제출돼 11월 20일 전후에 통과될 전망이다. 이 결의안이 채택되면 햇수로 14번째가 된다. 이에 북한은 “인권 문제를 구실로 제재 압박의 도수를 더욱 높이고 대화·평화 흐름에 장애를 조성하려는 고의적인 정치적 도발”이라고 강변(10월 22일 자 조선중앙통신 논평)하는 등 벌써부터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대화·교류만 중시하고 북한 인권을 등한시한다. 문 정부는 킨타나 보고관의 지적처럼 “진정한 평화는 기본적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상황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하고, 국제사회의 행보와 적극 보조를 맞춰야 한다.

첫째, 보편적 가치에 충실하게 비핵화·대화·교류협력과 함께 북한 인권을 아우르는 종합적·입체적인 대북정책을 세워야 한다. 둘째, 이번 유엔 북한 인권 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해야 한다. 셋째, 북한인권법에 따라 북한인권재단을 조속히 설립해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국제협력과 시민단체 지원 등의 활동을 해야 한다. 넷째, 전년 대비 93% 삭감된 2019년도 북한 인권 예산을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재편성해야 한다. 다섯째, 정상회담 등 남북대화 채널에서 인권 및 자국민 보호 사안인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를 제기하고 근원적 해결을 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