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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준모의 미술동네 설설 게재 일자 : 2018년 10월 29일(月)
6·25전쟁 참전한 美軍, 韓서 영감얻어… 美 미니멀리즘 꽃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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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저드 작 ‘무제’(MoMA 소장), 1967년. 철에 아연도금을 한 작품으로 사이즈는 22.8×101.6×78.7㎝(12개). 마치 우리나라의 약장이나 서랍장의 느낌을 준다.

현대미술 거장 저드·르윗
단색조·선비정신과 상통


남북 간의 화해모드가 급물살을 타면서 이런 상황을 두고 소위 세대 간 또는 생각의 차이를 지닌 사회 구성원들의 기대와 염려는 체감하는 것보다 더 큰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이런 차이를 극복하려는 노력도 아울러 해 나가면서 남북문제를 다루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특히 이런 생각의 차이는 ‘6·25전쟁’을 ‘한국전쟁’이라고 인지하고 있는 세대 간의 인식의 차이로도 나타난다. 북한의 침략으로 대한민국이 존망의 처지에 이르렀을 때 이국만리에서 대한민국을 돕기 위해서 달려온 청년들이 있었다. 총 16개국이 군대를 보내와 전선을 지켰고 또 5개국이 의료지원을, 그리고 유엔의 40개 회원국과 1개 비회원국, 9개 유엔전문기구가 식량제공 및 민간구호 활동에 참여했다.

이런 중에 당시 6·25전쟁에 참전했던 젊은 용사 중에는 오늘날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도 있다. 도널드 저드(1928~1994)와 솔 르윗(1928~ 2007)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미군의 일원으로 6·25전쟁 당시 또는 직후에 한국에 파병됐던 공통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모두 소위 1960년대 현대미술을 주도했던 미니멀리즘(Minimalism)의 대표주자라는 점이다. 사실 미니멀리즘이란 미술에서 예술적인 기교나 각색을 최소화해서 사물의 근본 즉 본질에 다가가 현실과 작품과의 괴리가 최소화돼 진정한 리얼리티를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이들은 모든 군더더기를 버리고 단순하고 간결한 것을 원했다. 사실 요즘 미니멀 라이프의 선험적인 예술적, 문화적 실천이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이들의 태도는 최소한의 소유 즉 금욕주의적인 태도와 철학을 바탕으로 근본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선비정신과 맥을 같이한다. 또 단색조 회화와도 맥이 통한다.

▲  정준모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참전용사 도널드 저드는 공군으로 설계 및 건설 팀에 배속돼 대구비행장에서 근무했다. 그는 사각형 박스를 일정하게 나열하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는 필자와 만났을 때 ‘서랍’을 의미하는 사투리 ‘빼닫이’라는 말로 자신의 작품을 설명했다. 참전 당시 대구에서 보았던 약장이나 한국의 서랍장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후일 그는 자신이 파병되기 전 공군이 되기 위해 훈련을 받았던 텍사스 말파의 광활한 공군훈련장을 얻어 자신과 미니멀리스들의 작품을 소장 전시하는 ‘저드파운데이션’을 열었는데 그와 동갑인 한국의 윤형근을 초대해 이곳에서 전시를 열기도 했다.

솔 르윗도 미니멀리즘과 개념주의 미술을 주도하며 1960∼1970년대 미술의 중심 사조로 키워낸 인물이다. 그는 형태의 최소단위가 개념의 규칙과 논리에 의해 무한의 형태로 번식·확산되는 것을 보여주었고, 드로잉을 통해 새롭게 개념미술의 영역을 확장시킨 인물이다. 시라큐스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던 그는 6·25전쟁 당시 ‘삐라’나 포스터 원본을 그리는 정훈병으로 복무했다. 한동안 미국을 떠나 이탈리아에서 살았던 그는 1980년대 고향으로 돌아왔다.

1997년 그의 고향 하트포트에서 열린 한국현대미술전에서 만났던 그는 한국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 특히 한국을 상징하는 소나무를 찍은 배병우의 사진을 몇 번이나 보러 전시장을 찾았는데 결국 배병우와 솔 르윗은 서로의 작품을 주고받기에 이르렀다. 아무튼 흥미로운 것은 어떤 연유에서 비롯된 인연이든 간에 한국이란 나라가 1960년대 70년대 현대미술을 주도했던 미니멀리즘, 개념미술의 중심에 있었던 작가들의 삶과 예술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작은 개인의 인연들이 역사를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서 문화예술계는 미시사, 일상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큰 것 한방도 중요하지만 작은 것, 소소한 것도 함께 중요하게 챙겨야 하는 이유다.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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