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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종호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10월 29일(月)
憲法보다 ‘정권 코드’ 더 떠받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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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평양선언 국회 비준동의 문제
靑은 이현령비현령 헌법 인식
文정권 코드 앞세운 꿰맞추기

헌정질서 중단된 상황 아닌데
超헌법적 발상의 특별재판부
‘인민재판’ 개탄에 공감 많아


헌법(憲法)이 민주주의 국가의 최고 규범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헌법 아닌 것이 최고 규범인 국가나 체제는 명실상부한 민주주의일 수 없다. 문재인 정권도 말과 달리 실제로는 헌법을 최고 규범이 아닌 것으로 여긴다는 의심을 자초하고 있다. 9·19 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합의서 비준·공포의 전말(顚末)은 가까운 예다. 자유한국당이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 제출을 예고했지만, 문 대통령은 위헌(違憲) 논란에 아랑곳없이 지난 25일 비준에 이은 관보 게재로 29일 0시부터 효력이 발생하게 했다. 비준에 앞서 국회 동의의 필수 요건 여부를 두고 청와대가 이현령비현령 식의 헌법 인식을 드러낸 배경은 ‘정권 코드’를 앞세워 꿰맞춘 것 외에 달리 있기 어렵다.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헌법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평양공동선언이나 남북 군사합의서는 조약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루 뒤에는 “헌법이나 국가보안법에서는 남북 관계를 국가 대(對) 국가로 보지 않고, 유엔이나 국제법에서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한다”고 말을 바꿨다. 문 대통령이 자서전을 통해 ‘남북 정상 간 합의는 국가 간 조약으로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고 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문 정권의 코드에 해당하는 ‘선(先) 남북협력 확대, 후(後) 비핵화’를 위해 헌법까지 욕보인 셈이다. 그런 식이니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헌법 가치인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면서까지 북한에 비굴한 처신도 서슴지 않는다. 조 장관은 탈북민 출신 기자를 남북 고위급회담 취재단에서 일방적으로 갑자기 배제하는, 북한 당국이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기는’ 조치를 취한 뒤에 “다음에 또 오늘 같은 상황이면 같은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까지 했다.

그 회담에서 조 장관은 지나친 대북 저자세의 또 다른 전형을 보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진행한 사업들을 전면적으로 돌이켜보고 점검해보면, 바로잡아야 할 문제들이 있다. 남측이 더 잘 알 테니” 하는 북측의 오만방자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에게, 조 장관은 “말씀 주신 대로 역지사지” 운운으로 “조평통 사무관이냐”는 일각의 비판까지 들었다. 북한을 대하는 문 정권 코드는 더불어민주당 강령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지난 8월 25일 전국대의원대회에서 개정한 강령은 안보 위협의 주체로 명시했던 ‘북한 핵·미사일’ 표현을 모두 삭제하고, ‘북핵 폐기’ 아닌 ‘한반도 비핵화’를 내세웠다.

민주당 주도에 한국당을 제외한 야 3당이 동조하고 있으나, 위헌성이 지적되는 ‘특별재판부’ 입법 추진도 헌법보다 정권 코드를 더 떠받드는 발상이긴 마찬가지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 농단 의혹 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문 정권 코드에 발맞춰온 김명수 대법원장과 역시 편향성 지적을 받는 법관대표회의가 대한변호사협회와 함께 특별재판부 후보추천위원을 3명씩 위촉한다. 대법원장 위촉 위원은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비(非)법조인’이어야 한다. 개인과 시민단체도 추천위원장에게 비공개로 특별재판 판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이들을 포함한 인사 중에 추천위원회가 1·2심 각 6명씩 2배수 추천하면, 그중에서 대법원장이 3명씩 판사로 임명한다. 1심은 피고인 의사와 상관없이 국민참여재판이 의무다.

문 대통령이 지난 9월 13일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사법 농단’ ‘재판 거래’ 등으로 사실상 낙인찍은 사법행정권 오·남용 의혹에 대해, 유죄로 판단하는 정권의 코드에 맞춰 처벌하기 위한 초(超)헌법적 재판조직을 만드는 식이다. 헌법학자 상당수는 헌정 질서를 중단시키는 쿠데타나 혁명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황병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절대주의 국가에서처럼 국왕이 순간의 기분에 따라 담당 법관을 정하거나, 이미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법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으로 바꿔버리거나, 심지어 사건을 자신이 직접 결정할 때에는 재판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실명으로 위헌성을 제기한 이유다. “왠지 6·25전쟁 때 완장을 차고 벌였던 인민재판이 자꾸 생각난다”는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개탄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은 배경도 다르지 않다. 어떤 경우에도 정권 코드가 헌법 위에 있을 순 없다. 문 정권은 그런 기본부터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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