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달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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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다시 ‘달’이다. “한 인간에겐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이다”라는 닐 암스트롱(1930∼2012)의 말은 개봉작 ‘퍼스트맨’을 통해 되살아났다. 영화는 1969년 7월 21일 아폴로11호 선장으로 달 표면에 인류 첫발을 내디딘 영광 이면의 상실과 고독을 담는다. 달 착륙 장면에서도 환희보다 암스트롱의 가쁜 숨소리가 채운다. 어둡고 황량한 ‘고요의 바다’ 너머로 잠깐 보이는 지구가 인상적이다. ‘푸른 초승달’이다.

달의 비밀이 벗겨진 후에도 신화·환상 속의 달은 살아남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2009년작 ‘1Q84’에는 두 개의 달이 등장한다. 둥글고 큰 노란색 달과 이지러지고 작은 초록빛 달이다. 하나는 누구나 보는 1984년 현재의 달이지만, 다른 하나는 남녀 주인공 눈에만 띄는 의문(Question)의 달이다. 비밀에 싸인 시공간이다.

두 개의 달이 중국에선 현실이 되고 있다. 청두(成都)시가 추진하는 인공달 프로젝트는 지구 3만6000㎞ 상공의 정지 궤도에 초대형 접시 반사판을 단 인공위성을 띄워 불을 밝히는 방식이다. 달빛의 8배로 지름 10∼80㎞ 지역을 비출 수 있단다. 실현 가능성, 야간 빛 공해 논란이 일지만, ‘과학적 혁신’ 구호 아래 추진 중이다. 중국은 12월 달 탐사선 창어4호를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시키고, 내년 창어 5, 6호를 보내 토양을 채취해올 계획이다. 달은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가 같기 때문에 지구에선 달의 뒷면을 볼 수 없다. 달 반대편 물질을 캐보면 ‘원래 2개의 달이 하나로 합쳐진 것’이라는 가설의 진위도 가릴 수 있다.

이달 초 독일 브레멘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IAC)의 주된 기류는 ‘달로의 귀환’이었다. 내년은 인간 달 착륙 50주년이다. 우주 강국들이 다시 달로 눈을 돌리면서 경쟁과 공조를 병행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우주정책 행정명령 1호’에 서명하며 1972년 이후 중단된 달 탐사 재개를 지시했다. 러시아는 2040년 달 유인기지, 유럽은 ‘문 빌리지’ 계획을 내놓았고, 일본·인도 움직임도 활발하다.

노무현 정부가 제시했던 ‘2025년 달 탐사선 발사’ 로드맵은 박근혜 정부 시절 2020년으로 앞당겨졌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2030년으로 늦춰졌다. 고무줄이 따로 없다. 주요국들이 우주기술 역량의 시험대로 삼아 일제히 달을 향해 가는데, 한국만 달에서 뒷걸음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