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 필’ 한국 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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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테미르카노프 팔순 기념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 협연
내달 3일 베토벤 ‘황제’등 연주

136년 전통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오는 11월 3일 오후 8시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한국 청중을 만난다. 이번 공연은 1988년부터 예술감독 겸 상임 지휘자로 이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온 유리 테미르카노프(사진)의 취임 30주년과 팔순(八旬)을 기념하는 무대다. 베토벤 해석의 최고 권위자로 불리는 헝가리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시프(65)가 협연자로 나선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은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교향악단이다. 1882년 궁정 오케스트라로 창단된 뒤 숱한 역사적 격변 속에서도 러시아의 사운드를 지켜 온 악단으로 명성을 떨쳐왔다. 테미르카노프는 이 오케스트라에서 50년 간 지휘봉을 잡았던 예브게니 므라빈스키의 후임으로, 옛 소련 시절에 연주자들의 비밀 투표에 의해 예술감독에 선임됐다. 지휘봉 없이 맨손으로 지휘하는 그는 오케스트라가 정형화된 연주를 벗어나 생동감을 추구하도록 이끌어왔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단원들이 나를 신뢰했기 때문에 이렇게 오래 함께 할 수 있었다”며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이 뛰어난 오케스트라가 될 수 있는 이유는 100명의 연주자들이 오케스트라의 유산과 전통을 이해하고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은 이번 공연에서 이탈리아 작곡가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서곡과 함께 러시아 작곡가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연주한다. 또 안드라스 시프와 함께 베토벤 협주곡 5번을 들려준다. 독일 본의 베토벤 하우스 명예회원인 시프는 지휘자 겸 독주자로 활동하며 세계적으로 크게 인정 받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은 2018∼2019 월드 투어 중 한국에서만 시프와 함께한다. 공연 주최사인 마스트미디어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마스트미디어 측은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지휘자, 협연자가 삼위 일체로 베토벤 ‘황제’를 들려주는 기회를 국내 청중에게 선사하고 싶다”고 했다.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