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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푸드 플러스 게재 일자 : 2018년 10월 31일(水)
바다가 안겨준 보물… 감칠맛 만드는 ‘식탁의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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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유의 감칠맛으로 음식의 풍미를 더해주는 새우젓. 김장김치의 시원한 맛도 새우젓이 만들어준다. 신창섭 기자 bluesky@
김장철 필수재료 천일염·새우젓

천일염
단계별 증발 거쳐 결정체 완성
전남 신안, 주산지로 품질 우수
3~4년 지났을 때 달고 깊은 맛
꽃소금·맛소금 등으로 가공도

새우젓
서해서 난 작은 젓새우로 담가
잡은 시기별로 오젓·육젓·추젓
토굴에서 최소 3개월 숙성하면
나쁜 냄새없이 통통한 형태유지


김장철이 돌아오며 천일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김장 담그기뿐만 아니라 젓갈을 담글 때 소금이 많이 쓰였는데 꼭 천일염을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랜 경험을 통해 알아낸 최적화 발효 기술에 그 답이 있다. 천일염은 부패 미생물을 억제하고 발효 미생물이 자라게 한다. 천일염은 염화나트륨(NaCl) 함량도 다른 소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대략 80∼88% 정도다. 마그네슘, 칼륨, 칼슘이 많이 들어 있다.

발효를 할 때 지역과 계절, 환경에 따라 다른 미생물이 작용한다. 소금기가 높아야 살 수 있는 바다에서 온 미생물도 발효에 영향을 미친다. 다양한 환경 조건과 시간이 만들어 준 발효 음식은 발효 문화로 정착해 우리 음식을 더 풍요롭게 가꿔 준다. 아무리 좋은 재료를 준비했다고 해도 소금 하나를 잘못 썼다가는 전체 음식 맛을 버리기 때문에 좋은 천일염을 골라 써야 한다.

3대째 가업을 이어 가고 있는 염전 후계자 김동완(신안군 도초도 매실염전) 씨는 좋은 천일염을 이렇게 말한다. “천일염으로 김장을 하거나 젓갈을 담가보면 다른 소금과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3∼4년 된 천일염은 간수가 잘 빠져 달고 깊은 맛이 나서 가장 좋습니다.” 3년 전부터 일본 수출을 직접 성사했다며 일반세균, 대장균군, 중금속 검사 등 까다로운 기준을 모두 만족시킨 우수한 천일염이 신안 천일염이라고 자랑한다.

소금은 암염(巖鹽)처럼 육지에서 나는 것과 천일염처럼 바다에서 나는 것이 있다. ‘굵은 소금’으로 불렸던 천일염은 지금은 입자 크기별로 판매돼 용도에 맞게 쓸 수 있다. 작은 포장에 담겨 있는 소금은 천일염 이외에도 맛소금, 꽃소금, 토판염, 구운 소금, 죽염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10년 전 소금이 광물에서 식품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식품표시는 필수사항이다. 포장에서 표시 면을 보면 식품유형이 적혀 있다. 유형별로 천일염, 재제소금, 정제소금, 가공소금, 태움·용융소금이 있다.

천일염(天日鹽)은 염전에서 해수를 자연 증발시켜 얻은 것으로 염화나트륨이 70% 이상인 결정체를 말한다. 분쇄한 것과 이물질 제거를 위해 세척·탈수한 소금도 포함한다. 토판염은 바닥 갯벌 흙을 잘 다진 염전에서 생산하는 천일염을 말하는데 생산하는 데 힘이 들고 귀해서 비싼 값에 팔린다. 재제소금이란 소금을 가져다 녹여서 불순물을 거른 다음 건조해 소금 결정으로 다시 만든 것을 이르며 포장지에 ‘꽃소금’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가공소금은 식품이나 식품첨가물을 더 넣어 만든 소금인데 보통 글루탐산나트륨을 넣어 ‘맛소금’이란 이름으로 판매한다. 정제소금은 바닷물을 이온교환막에 전기투석해 얻은 짠물이나 암염 등을 녹여낸 짠물을 진공 증발관에 넣어 결정으로 만들어내는 소금이다.

1004개의 섬이 있는 전남 신안군은 천일염 주산지로 유명하다. 서해는 갯벌 때문에 동해보다 물이 탁하다. 천일염 생산 첫 단계로 바닷물을 저수지에 담아두면서 펄이 침전물로 가라앉아 깨끗해지게 한다. 그다음 단계는 단계별로 증발 과정을 거치게 해 여기서 만들어진 농도가 짙은 소금물을 보관한다. 날이 좋을 때 마지막 단계인 결정지에서 천일염을 생산한 다음 소금 창고에 보관하고 저절로 물이 빠지게 한다.

김장 재료에 없어서는 안 되는 새우젓은 작은 젓새우로 담는다. 젓새우는 우리나라 서해에 주로 분포하며 따뜻한 해역에서 겨울을 지내고 이른 봄에 신안군 인근 연안으로 돌아온다. 암수가 따로 있다. 젓새우는 우리나라 해역을 통틀어 2016년 1만7000여t이 바다에서 잡혔다.

음력 오월에 잡아 담근 것은 오젓, 유월에 잡은 것은 육젓, 가을에 잡은 것은 추젓이 된다. 추젓, 오젓, 육젓 순으로 크기가 크다. 유치원생, 초등학생, 중·고등학생의 몸집으로 비유하면 된다. 그만큼 육젓용 젓새우는 젓새우 가운데 가장 크고 통통하다. 껍질이 얇고 탄력이 있어 가장 품질이 좋고 많이 잡히지도 않아 가격도 비싸진다.

배에서 경매장으로 이동한 새우젓은 유명한 젓갈 산지의 토굴이나 지하저장고로 옮겨져 숙성된다. 이 과정이 맛에 중요하다. 좋은 젓새우와 천일염을 써서 15도 이하의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곳에 저장해 두고 나면 기다림이 필요하다. 3개월이 지난 다음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발효가 잘된 좋은 새우젓은 나쁜 냄새가 없다. 통통하게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는 것이 좋다.

발효 식품에서 느껴지는, 흔히 말하는 깊은 맛의 정체는 무엇일까? 대를 이어가는 종갓집 명품 밥상에는 발효 식품이 빠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장독대를 소중하게 지킨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맛. 그 뒤에는 자신의 몸을 녹여내며 보이지 않게 활약한 든든한 조연인 천일염이 있었다.

새우와 천일염, 단순한 조합이지만 오랜 세월의 흔적과 기다림이 어우러져 특유의 맛을 낸다. 천일염과 새우젓은 심심하던 간을 맛있게 살려준다. 천일염은 기본적인 간을 맞출 때나 맑은 국간을 하는 데 사용하면 좋다. 새우젓 특유의 감칠맛은 음식의 풍미를 더해준다. 새우젓은 시원한 맛을 내기 때문에 국 요리를 할 때 넣으면 더 깔끔하면서 깊은 맛이 나게 한다.

새우젓에는 단백질 분해효소가 들어 있어 육류의 소화를 돕는다. 돼지고기 보쌈이나 족발을 먹을 때 새우젓이 필수품인 이유다. 소화가 안 되고 속이 더부룩할 때도 새우젓은 효과를 발휘한다. 입맛이 없을 때는 새우젓에 마늘, 파, 청양고추를 조금 다져 넣고 고춧가루, 통깨를 넣어 버무려 먹으면 맛있다.

발효 음식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어 유명한 젓갈 시장에는 매년 사람들이 북적인다. 미식가들을 이끄는 미묘한 맛의 차이 뒤에는 모든 맛을 살려내는 천일염과 오랜 발효식품 활용 노하우가 숨어 있다. 유명 요리사들도 천일염 사용 방법에 대한 자신만의 비법을 갖고 있다.

사람의 미각이 발달한 것은 외부 음식을 혀로 잘 감지해 자신을 보호하려는 오랜 진화의 산물이다. 쓰면 뱉는다. 우리가 짠맛에 이끌리거나 음식의 간을 맞추는 것도 나트륨 부족에 대한 본능적인 반응이다. 땀을 많이 흘려 소금기가 빠져나가면 나트륨이 맡고 있던 생리적 기능에 제약이 생긴다. 즉시 소금기를 보충하려는 생각을 한다. 반대로 나트륨이 너무 많아지면 수분을 모아 몸을 붓게 한다.

그런데 혀로 짠맛을 잘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는 문제다. 실제로 콩나물국을 이용한 미각 테스트를 해보면 짠맛에 대해 의외로 둔감한 사람이 많다. 이런 경우 더 짜게 먹게 돼 혈압이 오르고 콩팥에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각을 살리는 일이다.

신구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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