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누가 한류스타에게 재갈을 물리려 하나

일본 우익언론이 또 시비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그 대상은 요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인 방탄소년단이죠. 때마다 먹잇감을 찾으며 어슬렁대는 하이에나와 같은 일본 우익언론의 ‘혐(嫌)한류’ 선동이 또다시 시작된 겁니다.

지난 26일 일본 도쿄스포츠는 ‘방탄소년단의 비상식적 원폭 티셔츠, 리더의 일본 비난 트위터’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최근 멤버 지민이 입은 티셔츠와 리더 RM이 5년 전 광복절 때 SNS에 올린 글이 타깃이 됐죠. 지민의 티셔츠에는 광복절의 의미를 설명하는 문구,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하는 장면, 광복을 맞아 만세를 부르는 모습 등이 담겼습니다. RM의 글은 “오늘은 광복절!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습니다. 순국하신 독립투사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는 하루가 되길 바라요! 대한독립 만세”였죠.

도쿄스포츠는 이를 ‘반일(反日) 활동’이라 규정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이 원폭 사진이 프린팅된 티셔츠를 입고 일본인의 신경을 건드린다”며 “자국 역사에 대한 뿌리 깊은 콤플렉스가 나타난다”고 주장했습니다. 도쿄스포츠와 이에 동조하는 우익 세력들은 본말을 전도하고 있죠. 그들은 2차 세계대전의 ‘가해자’이지 ‘피해자’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과거를 반성하기보다는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춘 한류스타들을 반일 감정을 바탕으로 일본을 공격하려는 가해자로 몰아세우고 있죠.

방탄소년단은 지난 9월 우익 성향 논란에 휩싸인 일본 AKB48의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와 협업을 진행하려다 취소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가 과거 AKB48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공연을 추진하거나 여성 혐오 논란이 있는 가사를 쓴 전력이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자 협업을 취소한 거죠. 유엔의 연사로 나서는 등 전 세계에서 ‘가장 의식 있는 젊은이’로 손꼽히는 방탄소년단의 이러한 행보가 일부 일본 우익들에게는 마뜩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유대인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자국민의 아픈 역사를 다룬 ‘쉰들러 리스트’를 연출했습니다. 유대인 400만 명이 학살당한 아우슈비츠수용소를 그린 장면에는 적잖은 독일 배우가 나치 군인으로 출연했죠. 그들이 스필버그 감독에게 “독일의 부끄러운 과거를 반성할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반면 일본은 지난 30일 ‘일본 기업은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일본 내 ‘혐한류’ 분위기가 거세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대중은 일본의 눈치를 보는 ‘한류스타’보다는 소신 있게 목소리를 내는 ‘한국스타’를 더욱 자랑스럽게 생각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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