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KADIZ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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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중국 군용기 1대가 지난 29일 또다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단 침범했다. 올 들어서만도 벌써 6번째다. 이젠 워낙 ‘일상화’돼 버려, 언론이 과거처럼 대서특필하지도 않는다. 방공식별구역은 국제법상의 영공은 아니다. 그러나 타국 방공식별구역에 들어갈 때는 사전에 해당 국가에 통보하는 것이 국제관례다. 그런데 중국은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국방부가 주한 중국 무관을 불러 엄중히 항의하며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고 하나,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개가 짖어도 카라반은 간다’는 식이다.

KADIZ는 1951년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가 극동 방위 목적으로 설정했는데, 북쪽 방어를 중시하다가 이어도 등이 제외돼 논란이 돼 왔다. 그러다 2013년 11월 중국이 이어도를 포함한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을 선포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13년 12월 새로운 KADIZ를 선포했다. 새 KADIZ는 옛 KADIZ의 남쪽 구역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설정한 비행정보구역(FIR)에 일치시킨 것으로, 이어도·마라도·홍도 등을 새로 포함했다.

타국 군용기가 사전 통보 없이 KADIZ에 진입하면 공군은 전투기를 출격시켜 대응 기동과 경고 방송을 한다. 그런데 이 출격에 전투기 1대당 부품비·유류비 등으로 300만 원 정도 소요된다. 중국 군용기가 대한해협을 가로질러 4시간 정도 비행할 경우 전투기 10대가 출격해 총 30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한국은 중국과 2008년 ‘대한민국 국방부 및 중화인민공화국 국방부 양국의 해·공군 간 직통전화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했으나, 사전 통보에 관한 내용은 없다. 반면 2012년 일본과 교환한 ‘대한민국 군용기와 일본 자위대 항공기 간 우발사고 방지와 전용통신회선 운영에 관한 서한’에 따르면 일본 군용기가 KADIZ로 진입하기 30분 전 사전 통보하도록 의무화했다.

중국과도 일본과 유사한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중국은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사실상 KADIZ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고의로 무단 침입하는 방식으로 KADIZ를 무력화하고 있다. 이러니 백날 항의해야 소용없다. KADIZ 수호를 위해선 중국 군용기를 강제 착륙시키는 것과 같은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