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53%, 5년간 감사 한번도 안받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이 30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유치원 비리근절 토론회

“교육부 등 지도·감독 소홀
전수조사前 인력 충원 시급

교육과정만 평가하지 말고
회계 투명성 등도 포함해야”

지난 5년 동안 국공립 유치원의 87%, 사립유치원 54% 정도는 감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치원 전수감사를 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관리 체계를 갖추고 담당 인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공공교육기관인 동시에 개인사업자의 속성을 포함하고 있는 사립유치원의 구조적 모순을 제도로 보완하고 유치원 평가 항목에서 회계 투명성 관련 지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31일 민주연구원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공동 주최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개최된 ‘사립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대안 마련 정책토론회’에서 “유치원 감사 결과를 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단 한 번이라도 감사를 받지 않은 유치원 수는 국공립의 경우 전체 4801개 중 4181개(87.1%), 사립은 전체 4220개 중 2264개(53.6%)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집행위원장은 “정부와 관할청이 지도·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교육 당국조차 유치원을 공공교육기관이라고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교육부를 비롯한 시·도 교육청, 교육지원청 단위의 유아교육 담당 부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유치원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공공관리체계를 구축하고 담당 인력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립유치원이 가지는 구조적 모순으로 제도 마련과 정책 수립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장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사립유치원은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에 학교라고 명시돼 있지만, 실제로 재산세를 내고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하는 개인사업자의 속성도 함께 포함하고 있다”며 “법률에서 규정한 것처럼 학교로서 제대로 기능하도록 사립유치원의 법제도를 일찍부터 정비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의 경우 1970∼1980년대 5년 내 법인화 조건으로 사립유치원에 대한 재정지원을 해 현재 사립 법인이 거의 99%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유치원 평가 항목에 회계 투명성 관련 지표가 부족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유치원 평가는 교육과정 운영에만 중점을 두고 있으며, 회계 및 재정에 관한 부분은 예·결산서를 대내외적으로 공개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회계 감사, 장학지도, 유치원 평가 등을 모두 포괄하는 방향으로 유치원 평가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