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7주년 특집-떠오르는 共和주의>‘자국우선’ 우파,‘선심정책’ 좌파… 민주주의 위협 포퓰리즘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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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을 앞세운 유럽의 정당들이 최근 선거에서 잇따라 승리를 거두고 있다. 남부 유럽을 중심으로는 좌파 포퓰리즘이, 중·북부 유럽 일대에는 우파 포퓰리즘이 세를 넓혀 나가고 있다. 우파 포퓰리즘은 북미·남미에서도 기세가 등등하다. 이처럼 세계화하는 포퓰리즘이 현대 정치에 던지는 과제는 포퓰리즘이 민주주의에 의해 통제될 것인지, 아니면 민주주의가 포퓰리즘에 의해 제압당할 것인지다. 사실 포퓰리즘이 집중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국민이 주인인 세상’ ‘더불어 사는 사회’와 같은 구호고 이런 점에서 포퓰리즘을 민주주의와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포퓰리즘이 이데올로기 역사발전의 종착역이라고 표현돼온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미국의 정치·사회 분야 작가인 존 주디스는 ‘포퓰리즘의 세계화’란 저서를 통해 “포퓰리즘 또는 포퓰리스트의 등장은 지배적인 정치 이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수리가 필요하다는 신호이자, 표준적인 세계관이 고장 났다는 신호의 역할을 한다”고 경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포퓰리즘에는 문제가 많지만 정치 변화의 기폭제가 될 잠재력을 갖고 있는 만큼 결코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파 포퓰리즘의 ‘대부(大夫)’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꼽힌다.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자’ ‘중국산 수입품에 45% 관세를 부과하자’ ‘멕시코가 국경 장벽 설치 비용을 부담하게 하자’ 등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제안들은 우파 포퓰리즘의 프레임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파 포퓰리즘은 지난 10월 28일(현지시간)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오른쪽 사진) 브라질 대통령 당선으로 남미 지역으로도 세를 확장하는 모습이다. 북부와 중부 유럽에서는 이미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우파 포퓰리즘은 ‘우리가 원하는 것’과 ‘상대가 원하는 것’의 경계를 분명하게 세우고 우리와 뜻을 같이하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 많은 우파 포퓰리즘 정책들이 보호무역 등 자국 우선주의와 반(反) 이민 정책처럼 공동체를 두 동강 내는 방향으로 흐른다. 북유럽 지역에서 두드러지는 포퓰리즘은 특히 난민·이민자 보호 정책에 각을 세우며 지지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반이민 정책’을 기치로 내세워 출범한 포퓰리즘 정당 스웨덴민주당은 지난 9월 9일 총선에서 제3당 지위를 굳건히 하며 정부 구성의 캐스팅보트를 쥐었다. 독일 집권당인 기독민주연합당의 자매당인 기독사회연합당은 앙겔라 메르켈 정부의 이민정책을 드러내놓고 반대한다. 독일 좌파 정치의 재건을 선언한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 ‘아우프슈테헨(Aufstehen·일어나라)’도 이민자 규제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한다. 이들 정당들은 기성 정치에 반기를 들고 ‘신선함’으로 승부한다는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이 제시하는 정책은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지지자들로 하여금 ‘우리’와 ‘상대’ 사이의 경계를 분명히 하도록 부추긴다. 이 때문에 지지층 간의 결속력을 다지는 데에 있어서는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남부 유럽을 중심으로는 좌파 포퓰리스트 집단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유럽이 경제 위기로 신음하기 시작하면서 위기를 벗어나려는 정부의 선심성 공약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온 지 오래다. 알렉시스 치프라스(왼쪽) 그리스 총리는 지난 10월 2일 연금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내용의 내년도 정책 방향을 내놨다. 공무원 임금과 연금을 깎아 겨우 구제 금융 신세를 면하고도 최저 임금 인상, 공무원 임금 인상 같은 선심성 정책을 다시 쏟아냈다. 스페인에서는 불법 이민자에게도 스페인 국민과 같은 조건의 공공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정부 안이 통과됐다. 지난 6월 정권을 되찾은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소속된 사회노동당(중도좌파) 주도로 이뤄진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극우 북부동맹, 극좌 5성 운동의 연립정권이 저소득층에 780유로의 기본소득을 주고,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를 현행 67세에서 65세로 내려 잡으며, 소득세 최고세율을 40%에서 20%로 조정하는 안 등을 내년 예산안에 포함하려 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이를 거부하며 수정 예산안 제출을 요구한 상태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예산안 집행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