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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Premium Life 게재 일자 : 2018년 11월 01일(木)
가장 한국적인 멋으로 해외 명품에 점령당한 ‘청담동 거리’ 지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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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플래그십스토어 ‘더 에디션 청담’에 전시된 컬렉션 앞에서 이상봉 디자이너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이상봉 디자이너

대표 패션거리에 韓 브랜드 제로
문제의식 느껴 15년만에 돌아와

K패션, 스트리트 위주로만 발전
고유 색채의 고급 브랜드 키워야


“가로수 길이 스트리트 패션의 대명사라면 청담동은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거리지요. 그런데 여기에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가 하나도 없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을 떠났던 이상봉 디자이너가 15년 만에 청담동으로 돌아왔다. 지난달 29일 청담동 플래그십스토어 ‘더 에디션 청담’에서 만난 이 디자이너는 “한국의 패션 발전을 위해 미래 세대에 기여할 부분이 뭔지를 찾아서 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달 19일 루이비통, 샤넬, 버버리 등 명품숍이 즐비한 청담동에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이 디자이너의 40여 년의 발자취를 담은 70여 점의 아카이브 컬렉션과 신진 디자이너들의 쇼룸인 ‘2.3.0’ 등을 오픈했다. 오픈 후 3일 동안 전시한 아카이브 컬렉션에서는 그가 한글을 처음으로 패션에 선보이며 서체의 아름다움과 바로크적인 실루엣을 강조한 2006년 컬렉션부터 지난 2013년 한옥의 창틀에서 영감을 받은 창문틀 구조와 패턴의 구현 등을 거쳐, 1960년대 레트로를 재해석한 2019년 S/S(봄·여름) 컬렉션까지 총 70여 점이 전시됐다. 지난 3월부터 홍익대에 신설된 패션대학원장을 맡은 그는 기자를 만나자 바로 패션대학원장 명함을 내밀었다.

―청담동에 다시 돌아온 소회는.

“15년 만에 돌아왔다. 외환위기 시절 해외에 진출해 지금도 뉴욕에 매장이 있지만, 갈수록 ‘한국 청담동에 해외 고가 브랜드들이 즐비한데 정작 한국 브랜드는 없다’는 데 문제의식이 생겼다. 한국에 오는 해외 패션 저명인사들이 루이비통을 보러 오겠나. 이제 해외 브랜드들과 해외에서뿐 아니라 먼저 우리나라 안에서 경쟁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그런 상징적인 의미에 더해 이 공간을 새로운 세대의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의 쇼룸과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게 하고 싶었다. 쇼룸이면서 라이프스타일 공간, 문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해외에 진출한 ‘K-패션’ 1세대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국내 패션계에서 ‘양장점 시대’가 1세대라면 나는 ‘기성복 시대’, 2세대로 분류된다. 외환위기를 맞아 1998년 1월에 해외에 진출했다. 당시 영국 런던에서 열릴 쇼를 준비하다가 외환위기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그때 ‘차라리 옷을 판매하러 가보자’고 한 게 기회였다. 독일 기성복 브랜드가 한국까지 계약하러 날아왔었다. 파리에 진출할 때는 프랑스 에이전시에서 쇼룸 지원을 받았다. 그렇게 나간 뒤 현지 디자이너들과의 차별성, 책임감 등을 갖고 한글 디자인 등 한국적 색채, 우리 문화에 대한 부분을 많이 고민하고 시도했는데, 그것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해외 진출 과정을 잘 몰라 어려웠지만, 운도 많이 따랐다. 해외에서 알려지게 된 뒤에는 우리 디자이너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제는 경쟁력 있는 디자이너도 많고 한국 디자이너들이 창의성도 풍부하다.”

―얼마 전 서울 헤라 패션위크가 막을 내렸고, 이제 파리·뉴욕에도 한국 디자이너들이 진출하고 있다. 지금의 ‘K-패션’을 어떻게 보나.

“엄청난 발전이 있었다. 서울 패션위크가 아시아의 중심이 돼 가는 것 같아 기쁘다. 하지만 상하이(上海)나 베이징(北京), 도쿄(東京) 등과 경쟁한다고 볼 때 더 잘됐으면 하는 부분도 있다. 아직 한국의 패션이라고 하면 스트리트 패션 위주다. 중국이나 일본을 보면 전통문화와 복장을 현대식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전통을 살리기도 한 고유의 색채가 강한 고급 브랜드들이 있다. 전통과 창조적 파괴가 공존하는 다양성이 아쉽다. 스트리트 패션도 발전하면서 고급 브랜드도 발전했으면 한다.”

―패션대학원장을 맡았는데.

“음악, 체육 등 조기 엘리트 교육을 하는 게 얼마나 많은가. 우리도 감수성이 풍부한 젊은 나이에 패션에 재능이 있는 인재들을 빨리 발탁해 키워야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패션을 공부하고 잘했던 친구들은 우대해 줘야 한다. 원장을 맡게 된 건 은퇴가 아니다. 오히려 현역에 있기 때문에 살아 있는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젊은 학생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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